5인 미만 영세사업장 상황 더 안 좋아
  • ▲ 식당가.ⓒ연합뉴스
    ▲ 식당가.ⓒ연합뉴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줄이려고 소규모 음식점 등에서 휴식시간을 연장하면서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월급 감소라는 역풍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라도 월급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통계로 확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1월 종사자 5~9인의 소규모 식당과 술집에서 일하는 임시·일용 근로자가 받는 월급은 평균 84만583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6만1525원보다 1.8%(1만5693원) 감소했다.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지난해 6470원보다 16.4%(1060원) 오르면서 1월 시간당 임금총액은 8467원으로 지난해 7557원보다 12.0%(910원) 올랐다. 하지만 월급으로는 되레 임금총액이 줄어든 것이다.

    영세 식당과 주점에서 일하는 임시·일용 근로자의 월급 총액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11개월 연속으로 전년대비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86만7665원이던 월급총액은 올 3월 81만2238원으로 1년 새 6.4%(5만5427원)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시간당 임금총액은 7195원에서 7817원으로 8.6%(622원) 올랐다.

    같은 기간 근로시간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3월 120.6시간이던 근로시간은 올해 3월 103.9시간으로 16.7% 줄었다. 지난해 10월 109.2시간, 11월 111.5시간, 12월 109.1시간이던 근로시간은 올해 들어 1월 99.9시간, 2월 98.3시간, 3월 103.9시간으로 단축됐다.

    월급총액은 지난해 12월 84만5019원에서 올 들어 1월 84만5832원, 2월 80만8971원, 3월 81만2238원으로 감소했다.

    일각에선 자영업 내 경쟁 심화와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따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산업 구조적인 측면이 임시·일용 근로자의 노동시간 단축과 월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소상공인업계에선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견해다. 영세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인건비 부담을 덜려고 근로자 휴식시간을 연장한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아니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말미암아 자동으로 근로시간 단축 사업장이 될 거라고 전망했었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장은 "특히 외식업종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려 한다. 서유럽처럼 고임금 사회에서는 브레이크 타임이 흔하다"며 "예전에는 손님이 뜸한 점심과 저녁 장사 사이(오후 2~4시) 영업 준비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봤지만, 이제는 점심 장사를 서둘러 마감하고 휴식시간을 두어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직원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추고 그 시간에 가족을 총동원해 영업시간을 쪼개 쓰는 방법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골목상권 생활 자영업자가 적잖다"며 "고깃집의 경우 점심 장사는 포기하고 오후 2시쯤 문을 열어 저녁·밤 장사에 치중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이 지회장은 "일자리안정자금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신청하고 5인 미만 영세상인은 신청을 못했다"며 "정작 어려운 영세상인이 혜택을 못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