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재개 현실성 떨어진다는 지적도…인도적 접근 필요성 강조
  • ▲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현대엘리베이터
    ▲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그룹이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에 맞춰 방북을 추진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남북 경제협력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이번 방북 성사로 경협재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11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다음달 4일 정 전 회장의 15주기에 맞춰 방북을 추진하기 위해 통일부에 오늘 중으로 북한 접촉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 전 회장 기일에 맞춰 통일부에 북한 접촉 승인 신청서를 낼 예정"이라며 "빠르면 이번주 안에 통일부로부터 답변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의 접촉 승인이 이뤄지면 북한에 방북 의사가 전달된다. 이후 북한은 행사 일정과 내용을 확인한 뒤 방북을 허용할 지 결정한다.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통일부의 허가를 받고 방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현대그룹은 2004년 정 전 회장 1주기 때부터 금강산특구 온정각 맞은편 추모비에서 추모식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추모식을 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방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통일부로부터는 승인을 받았지만 북한 측에서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방북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의 결정이다. 현대그룹은 다음달 이산가족 행사도 앞두고 있는 만큼, 중요한 시점에서 추진되는 이번 방북 추진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중요한 건 북측에서 답이 와야 한다"며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방북 승인 여부는 지금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남북 관계가 빠르게 개선된 만큼 금강산 추모식이 성사될 가능성이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방북이 성사된다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금강산 추모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현 회장은 2016년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 전 2013년과 2014년 북한을 방문했고, 지난해 무산된 방북 명단에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고(故)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지 10년째 되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1998년 시작된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 사업은 지난 2008년 7월 11일 우리 측 관광객인 박왕자 씨가 사망하면서 중단됐다.

    현재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아산의 남북경협 준비팀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금강산 면회소 등의 시설을 손보기 위해 현지에서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지난 5월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열고 있다. 현대아산도 수시로 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현대그룹의 이러한 노력에도 재계 일각에서는 경협 재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아직 구체적인 남북 경협이 나오지 않았고 국제적인 제재 문제도 걸려있어 경협 재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경협에 집중하기보다 인도적 차원에서의 접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산가족 상봉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준비하면서 진행되는 시설물 개보수 등 정비와 투자부터 시작해 경협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국제적인 제재 문제로 인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해 당장 논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먼저 인도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다음에 큰 범위로 확대해야 실제로 현실성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