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삼성물산 나란히 목표달성… 작년 수주 킹, 현대ENG '반토막' 그쳐'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대림산업 '1조3663억'… '1조 클럽' 유일공공부문 중견사 선전 눈길… '금호-한화-쌍용-동부' 등 이름 올려
  • ▲ 자료사진. 삼성엔지니어링이 준공한 알제리 스킥다 정유플랜트 전경. ⓒ삼성엔지니어링
    ▲ 자료사진. 삼성엔지니어링이 준공한 알제리 스킥다 정유플랜트 전경. ⓒ삼성엔지니어링

    올 상반기 해외건설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정비사업에서는 대림산업이, 공공공사에서는 계룡건설산업이 각각 수주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전반적인 여건 악화로 대형건설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중견건설사들 약진이 돋보였다. 하반기에도 수주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으면서 당분간 침체기를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ENG는 지난해보다 474% 증가한 48억달러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삼성ENG 측은 "'전략상품'으로 '전략국가'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고부가 개발형 사업'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SK건설은 27억달러를, 동남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수주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삼성물산은 25억달러를 각각 수주했다.

    반면 다른 대형사들은 대부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연간 목표 수주액을 1조원으로 낮춰 잡은 대림산업 수주액은 1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26억달러의 5.92%를 수주하는데 머물렀다. 5조5000억원을 목표한 현대건설 수주액은 5억달러에 그치고 있으며, 3조1000억원을 목표로 내세운 GS건설도 6억달러 수준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수주 킹'에 등극한 현대엔지니어링 수주액은 15억달러로, 두 자릿수 실적은 올렸지만 지난해 36억달러에 비하면 절반 이상 감소(-58.6%)했다.

    시공능력평가 20위권에서는 쌍용건설이 유일하게 TOP 10에 랭크됐다. 쌍용건설 수주액은 3억6609만달러로, 10대 건설사인 △대림산업 △롯데건설(1억달러) △현대산업개발(6264만달러) 3개사 수주액 3억5967만달러보다 많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상반기 수주 성과는 지난 1년 반 동안 노력 끝에 올해 싱가포르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보건부가 발주한 7억4000만달러 규모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WHC) 첨단 미래형 병원 공사다. 쌍용건설의 지분은 40%다.

    그는 이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종료 후 '영업력 회복'과 '조직 재정비'에 중점을 뒀던 경영방침을 올해부터는 '수익 극대화'를 바꿨다"며 "두바이투자청이 최대 주주인 만큼 두바이나 주력시장인 동남아 시장에서도 수주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택부문의 대표적인 수주현장인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는 대림산업이 1조3663억원으로 유일하게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공사비 3900억원 규모 인천 도화1구역과 부산 남산1구역(893억원) 시공권을 단독으로 확보한 데 이어 고려개발 및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각각 부산 대평1구역(1917억원)과 서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1191억원) 사업을 공동으로 수주했다.

    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 등 10대 건설사들이 5000억원 이상 수주액을 기록한 가운데 한양(7324억원·3위)과 호반건설(4750억원·10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과열경쟁으로 치닫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수주전 이후 정부가 건설업 옥죄기에 나서면서 대형사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중견사들이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감 확보에 나서면서 실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한건설협회 집계 결과 대형사를 제외한 중견·중소사들의 정비사업 수주액이 올해 처음으로 4조원을 웃돈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체 수주량의 약 40% 수준이다.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코오롱글로벌도 4264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으며 계룡건설산업과 제일건설은 각각 성북구 보문2구역과 성북구 동선2구역을 수주하면서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 또 금강주택과 모아종합건설은 인천 학익4구역과 십정4구역을 수주하면서 올해 창사 첫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는 "주택사업 기회가 줄어들면서 중견사들이 새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네임밸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견사는 조합 및 조합원들과 협력해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특유의 밀착형 영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규제 집중공세를 받고 있는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제대로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시평 1위인 삼성물산은 올해도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고 있으며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ENG도 수주가 저조한 편이다.

  • ▲ 상반기 해외건설·정비사업·공공공사 신규수주 상위 10개 건설사 현황. 자료=업계 취합. ⓒ뉴데일리경제
    ▲ 상반기 해외건설·정비사업·공공공사 신규수주 상위 10개 건설사 현황. 자료=업계 취합. ⓒ뉴데일리경제

    공공건설 시장에서는 중견사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상위 10개사 중 시평 순위가 11위 이하인 곳이 절반을 넘는다.

    시평 17위의 계룡건설산업이 총 3999억원의 신규 공공공사를 수주하면서 랭킹 1위에 올랐다.

    15위의 금호산업이 273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11위 한화건설은 2364억원으로 3위에 랭크됐다. 각각 6·7·9위에 오른 쌍용건설·한진중공업·동부건설 등도 시평순위가 20~30위권이다.

    이에 반해 시평 1위인 삼성물산과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단 한 건도 따내지 못해 빈손으로 상반기를 보냈다. GS건설과 현대ENG, SK건설도 지난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1000억원을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대림산업 2250억원·4위 △롯데건설 2232억원·5위 △포스코건설 1939억원·8위 △대우건설 1600억원·10위 등 4개사가 1500억원 이상 수주고를 올리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상반기 선거 등으로 대형공사 발주가 급감함에 따라 중대형 건설업계의 수주 기회도 자연스럽게 줄어 전반적인 수주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고속도로와 철도를 비롯해 하반기 발주를 앞둔 일감들이 있지만, 올해 공공부문에서 '1조 클럽'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하반기 해외건설·정비사업·공공공사 모두 수주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해외건설의 경우 그간 시달려온 해외손실이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신규 사업은 녹록치 않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나 시리아 내전 등 지정학적 요소로 '텃밭'인 중동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 국내 건설기업의 신규수주액은 175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163억달러에 비해 소폭 개선(+7.44%)되는데 그쳤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 290억달러가 2014년 수주액 660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이 크게 개선되지는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데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가 잇따르고 전면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시행과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개정 등을 이유로 정비사업 조합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공공공사도 정부 SOC 예산 급감 영향으로 수주가 줄어들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건설수주 규모가 지난해보다 14.7% 감소한 136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건설수주 감소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3년간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누렸던 건설수주액은 2014년 107조원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감소세가 향후 2~3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올 하반기 감소세를 보인 건설투자는 내년 이후에도 당분간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순환 국면으로는 올 하반기 이후 불황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건설경기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