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단일규모 최대 1조4천억 수출… 상위사 어닝쇼크에도 투자대기업도 바이오 진출… 발암물질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사태 오점
  • ▲ 올해도 주요 제약사들의 R&D 투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한미약품
    ▲ 올해도 주요 제약사들의 R&D 투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한미약품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시작된 분식회계 논란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이어진데다 경남제약은 상장폐지에 몰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재개로 숨통이 트이나 싶었던 제약바이오 주가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 어닝쇼크의 연속에도 뚝심있게 밀어붙인 R&D투자는 유한양행의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쾌거를 가져왔다. 글로벌로 가는 험난한 길에서 반가운 빛줄기가 어둠을 갈랐다.

    뉴데일리경제는 2018년을 들썩이게 한 제약바이오 이슈 10가지를 정리했다. <편집자주>


    ◆ 유한양행 폐암신약 1조4000억 기술수출 '잭팟'

    유한양행이 제약업계 사상 단일규모로는 최대의 기술수출을 이뤄냈다.

    유한양행은 지난 11월 얀센 바이오텍(이하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신약인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이번 계약으로 계약금 5000만달러(약 561억원)를 포함해 레이저티닙의 임상시험, 허가 등 절차에 따른 기술료까지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받게 된다.

    유한양행과 얀센은 이번 계약으로 레이저티닙의 단일요법과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해당 임상시험은 2019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의 이번 계약 규모는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와 체결한 39억유로(약 4조9800억원) 규모의 퀀텀프로젝트(당뇨신약 3개) 계약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규모다. 단일규모로 따지면 유한양행이 최대 규모다.

    유한양행의 성과는 최근 들어 전략적으로 진행중인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사례로도 주목된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2015년 7월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사들인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 취임 후인 2015년부터 바이오벤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외부 투자만 2000억원대에 육박한다. 이를 통해 2015년 9개였던 파이프라인은 24개까지 늘어났다.

    ◆ 복제약 불신 키운 발사르탄 파동… 정부 규제 강화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 제지앙화하이가 생산한 고혈압치료제에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추가 판매 중단 조치가 이어지며 총 176개 발사르탄 함유 의약품의 판매가 중지됐다.

    식약처는 화하이 발사르탄 원료의 NDMA 검출량을 근거로 예비 인체영향 평가를 진행한 결과 최고용량인 320mg으로 매일 3년 동안 복용한 경우 자연발생적인 발암가능성에 더해 1만1800명 중 중 1명이 NDMA로 인해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제약사들의 무분별한 복제약(제네릭) 허가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수의 제약사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위수탁 및 공동 생동을 통해 허가받고, 국내 원료의약품 보다 20~30% 가량 저렴한 중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해온 구조적 문제가 탈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규제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내년 9월부터 제약사가 의약품의 허가를 신청할 때 유전 독성 또는 발암불순물, 금속불순물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무분별한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식약처와 복지부는 복제약 의약품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규제 마련에 나섰다.

    ◆ 대기업들 연이은 바이오 출사표… 통큰 투자 이어가

    대기업들이 바이오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성사시키면서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인 엠팩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에 앞서 SK㈜는다국적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원료의약품(API) 핵심 생산기지였던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하며 생산기반 확대를 전략적으로 준비해 왔다.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뇌전증(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미국 FDA에 판매허가를 신청했으며,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도 판매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큐 바이오파마의 면역항암제 신약과제 3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만 1조원대다. 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면역항암제 분야를 선택한 것은 LG가 처음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6월 자체 개발 첫 바이오시밀러 '유셉트'를 출시하고 국내와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스코도 바이오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권오준 전 회장은 지난 3월 창립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신규 먹거리 사업으로 바이오를 지목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 소재, 의료기기, 신약, 유전체, 뇌과학 분야 경력자도 다수 채용했다.

    이밖에도 태양광 발전 설비 기업인 OCI는 7월 바이오사업본부를 설립하고 항암제 개발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 상위제약사 R&D 투자 증가에 '어닝쇼크' 잇따라

    제약업계가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 등을 위해 R&D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영업이익 감소로 인한 어닝쇼크가 이어졌다.

    빅5 제약사 가운데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긴 업체는 한 곳도 없었으며,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업계 선두인 유한양행은 3분기 누적 매출 1조 1046억원, 영업이익 42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8%로 나타났다. 전년 7.2%에서 3.4%p 하락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3분기까지 R&D에 총 826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매출액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GC녹십자의 3분기 누적 매출은 9882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6%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9.4%에 비해 3.8p 감소한 것이다. GC녹십자는 올해 R&D비용을 전년 보다 30% 올려잡았다.

    대웅제약은 3분기 매출 7590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8%에 그쳤다. 대웅제약은 3분기 누적 R&D비용은 6860억원으로 매출의 12.9%에 해당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R&D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3분기 누적 매출 7222억원, 영업이익 676억원으로 9.4%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한미약품의 3분기까지 R&D비용은 136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8.9%를 차지한다.

    상위제약사들의 경우 대다수 파이프라인에 대해 국내와 해외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며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R&D투자가 지속되면서 앞으로도 영업이익률 감소는 지속될 전망이다.

    ◆ 올해 노벨상 '면역항암제'… 국내사도 개발 열기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면역항암제 탄생에 기여한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에게 수여됐다. 이들의 발견으로 개발된 면역항암제는 다국적 제약사 BMS제약과 MSD의 '여보이'와 '키트루다',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 등이 있다.

    면역항암제는 특정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기보다 면역기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환자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암을 치료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효능은 훨씬 높다.

    이번 노벨상 수상 소식에 면역항암제 개발에 적극 투자했던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의 선구안이 입증됐다.

    유한양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8종)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바이오벤처 에이비엘바이오와 손잡고 신규 면역항암 기전의 이중항체신약을 공동 개발 중이다. 보령제약의 자회사 바이젠셀은 면역항암제  'VT-EBV-201'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면역항암제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자 혈액암의 일종인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유틸렉스 등 면역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들도 눈길을 끌었다. 동아에스티와 손잡으면서 주목 받은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 항체 기술 기반의 면역항암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유틸렉스는 노벨상을 받은 면역관문억제제와 반대 기전을 가진 면역관문활성물질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