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행사 비용 7억…한국당 "대통령 지지율 올리기"
  • ▲ 북쪽으로 이어진 경의선 철도.ⓒ연합뉴스
    ▲ 북쪽으로 이어진 경의선 철도.ⓒ연합뉴스
    남북이 철도·도로를 연결하는 상징적 의미의 착공행사를 26일 오전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었다.

    일각에선 착공 없는 착공식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철도 연결의 신기루만 부각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남북은 이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을 양측 주요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우리 측에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승용 국회부의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금옥 할머니 등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 5명과 참여정부 시절 경의선 화물열차를 마지막으로 몰았던 퇴직 기관사 신장철씨 등도 초청됐다.

    북측에선 리선권 남북고위급회담 단장을 주빈으로 대남 경제협력사업을 맡는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방강수 위원장과 박명철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최병렬 개성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미다 알리샤바나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ESCAP) 사무총장과 옌 허시앙 중국 국가철로국 차관보,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 양구그 소드바타르 몽골 도로교통개발부 장관, 강볼드 곰보도르지 몽골 철도공사 부사장 등 국제기구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관련국 관계자도 참석했다.

    남측 참석자는 이날 오전 6시45분쯤 총 9량으로 편성된 특별열차를 타고 서울역을 출발했다. 열차는 도라산역을 지나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판문역에 도착했다. 북측 관계자도 열차로 이동했다.

    착공식은 북측 취주악단 공연을 시작으로 남과 북 대표의 축사, 침목 서명식, 궤도 체결식, 도로표지판 제막식, 폐식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착공식은 열렸지만, 실질적인 착공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

    이날 행사를 위한 방북 특별열차와 행사장 무대 설치에 필요한 장비 등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다.
  • ▲ 판문역에 도착한 남측 열차.ⓒ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역에 도착한 남측 열차.ⓒ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이날 착공식이 정치적·선언적 측면 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화사업을 위한 남북 철도·도로 공동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지난 9월 평양선언에 담았던 목표를 보여주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언제 착공할지 기약 없는, 착공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한 가불 착공식"이라며 "기업 같으면 주가조작 혐의라도 갖다 붙일 행사로, 정부가 여론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철도 전문가는 남북·대륙 철도연결과 관련해 신기루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철도전문가는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획기적인 일이 벌어질 듯 말하지만, 여객 소송의 경우 소비자 관점에서 실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고속철이 연결돼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으로 가는 시간과 비용을 항공기 이용과 비교하면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출장길에 이용하긴 어렵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는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여행) 상품이지만, 도로와 달리 정해진 궤도를 달려야 하는 남북·대륙 철도 연결(상품)은 시간과 비용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관련해 북방경제협력의 한 축으로서 철도 연결을 봐도 사업을 구체화하면서 따져볼 게 한둘이 아니라는 견해가 적잖다.

    한 교통전문가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변했다. 의류·봉제 등 부피 큰 수출품은 적고 반도체 등 경박단소(輕薄短小) 제품은 많아 철도로 보낼 게 많지 않다"고 했다. 다른 교통전문가는 "과거 DJ 정부에서 경의선으로 철도물류를 활용했으나 공장에서 목적지까지 육상·철도운송을 3~4번 거치면서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됐다"고 지적했다.

    우선 사업으로 꼽히는 동해북부선의 경우 경제성을 높이고자 러시아 가스관 연결이 함께 제시됐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 가스 수급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LNG(액화천연가스)선을 이용하거나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 등 운송수단별 경제성과 시장 상황 변화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 ▲ 남북 열차 연결 기대.ⓒ연합뉴스
    ▲ 남북 열차 연결 기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