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기술 상당히 앞서… 발달속도 빨라 K푸드 글로벌화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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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식품업계의 'K푸드' 글로벌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가정간편식(HMR)의 기세가 무섭다. HMR은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줬을 뿐만 아니라 K푸드가 균일화된 맛을 가지고 해외로 향할 수 있게 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9 식품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제조업(식료품과 음료) 출하액은 전년보다 2조원(2.3%) 증가한 91조 3000억원이다. 식품제조업 출하액이 9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5년 83조 9000억원으로 80조 원대에 들어선 지 3년 만의 쾌거다. 연구원은 올해에도 식품제조업 출하액이 더 늘어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9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 가운데 HMR의 급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국내 가정간편식 판매액은 전년보다 21.7% 성장한 2조 6000억원에 달하는 등 2010~2017년 연 17.3%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HMR을 필두로 국내 식품시장이 해외로 향하는 이른바 'K푸드 열풍'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HMR은 1~2인 소형가구가 많아진 국내 식품 트렌드에 맞춰 발달된 분야이지만 한식의 맛을 균일화해 조금 더 진화된 형태로 식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국내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손이 많이 가는 한식을 해외에서 재료를 조달해 조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HMR은 한식의 맛을 그대로 구현해 보관과 유통을 용이하게 만들어 낸 제품"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엄마의 손맛을 느끼고 싶은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밖으로는 한식의 맛을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어 재외동포들은 물론, 외국인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미국 H마트에 가정간편식(HMR) 제품 4종을 수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H마트는 1982년 뉴욕에서 ‘한아름마켓’으로 시작해 현재는 북미지역에서 7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다음달 HMR 제품 4만개를 우선 수출한 뒤, 각 분기별로 4만개씩 총 16만개 수출할 예정이다.

    수출된 HMR 제품은 미국 H마트 중부(시카고·아틀란타)·동부(뉴욕·뉴저지)지역 3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된다. 연간 예상 수출액은 100만달러 규모며, 향후 수출액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그린푸드는 이번 수출을 위해 HMR 제품이 미국 농무부(USDA)에서 내세우는 ‘육류 성분 사용 기준(육류 성분 2% 미만 사용)’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식재료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국내 식품 중소업체가 해외 수출에 나설 때, 현지 위생 기준에 대한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현대그린푸드의 해외 사업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수출 판로 확대하는데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내 HMR 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 ‘비비고 만두’는 미국과 중국에서 빠른 소비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비비고 만두의 중국 실적은 2016년 매출 230억원, 2017년 350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4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0년은 17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은 ‘비비고 햇반컵반’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간편식 비빔밥·지짐이 키트는 이미 일본에서 유통 중이다. 중국 등 다른 국가로의 확대가 계획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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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 떡볶이와 냉면, 부대찌개, 스파게티, 짜장면 등 간편식 제품을 중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대상은 매출 20~25%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고, 2008년 중국 상하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중국에 진출한 풀무원은 생면 파스타 인기에 힘입어 중국 매출은 30~40%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10억원 수준으로 올해는 27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HMR이 한식 수출 분야에서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이미 수행하던 것이 '용기면' 분야다. 국내 라면 제조업체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적표를 얻고 있는 것도 용기면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농심 '신라면'이 미국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불닭볶음면 등 화제 제품을 개발해내며 꾸준하게 해외 매출을 거둬온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업체들 역시 간편식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을 통해 기존 물만 부어 조리하던 컵라면의 조리 형태를 전자레인지 사용으로 한 단계 높였다. 신라면 블랙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경우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삼양식품은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조리하는 ‘불닭떡볶이’ 2종을 출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불닭브랜드를 활용해 간편식 시장까지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며 “앞으로도 불닭을 활용한 제품의 카테고리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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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의 대표격인 '떡볶이'는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메뉴이지만 수출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소스와 재료를 따로 수출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사용됐지만 HMR 기술이 성장하고 용기면 기술을 보유한 라면업체까지 뛰어들면서 K푸드의 글로벌화 관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HMR 기술은 상당히 발달된 상태이고, 지금도 그 발달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라며 "외국 역시 한국과 비슷한 식품 트렌드를 가진 문화권이 많기 때문에 HMR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고 이에 따라 HMR을 등에 업고 K푸드가 전세계적에서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