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부동산투기 열풍에 따른 후폭풍 심각올해 전세·집값 매매가 1.0%↓·전세가 2.4%↓금융당국, 리스크 실태조사·비상계획 마련나서
  • ▲ 서울 아파트ⓒ연합
    ▲ 서울 아파트ⓒ연합
    집값·전셋값의 동반 하락에 '전세부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과 집을 팔아도 보증금에 모자란 '깡통주택'마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13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들어 하락 폭이 커져 지난달 셋째주 0.08%, 넷째주 0.07% 내렸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첫째주(-0.10%)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이번 달 첫째주에 0.08%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둘째주 이후 13주 연속 약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은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전셋값은 2.4%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감정원이 주택매매가격 하락을 예상한 것은 2014년 연간 부동산시장 전망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주택매매 거래량은 약 81만건으로 지난해보다 5.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기는 2010년대 초반에도 잠시 있었지만 당시엔 전셋값 상승이 받쳐줬다"면서 "최근 상황은 5∼6년 전과 양상이 다르다. 집값·전셋값의 동반 하락 현상이 나타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였다"고 진단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와 주택금융연구원 고제헌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전세금융과 가계부채 규모' 논문에서 전세부채 규모가 '보수적 가정하에' 750조원이라고 추정했다. 2005년 이후 전세부채가 가파르게 증가, 2010∼2015년 36%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논문에는 "만성적 저금리 정책과 만성적 부동산 경기부양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규제 완화가 집값·전셋값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부동산 투기심리가 보태져 전세부채 폭탄을 키워왔다는 얘기다.

    이어 "전세부채가 더해진 가계부채가 2200조원에 달한다"면서 "금리 인상과 집값·전셋값 하락 등 대내외 충격과 정책실패가 일어나면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 위기가 목전에 닥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역전세난이 전국에 걸쳐 발생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전세가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 발생으로 전세자금대출 부실화 및 세입자 피해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다"고 언급했다.

    전세가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난으로 전세자금대출이 부실화하고 세입자가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아졌다는 금융당국 수장의 경고한 것이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지난해 1607억원으로 2017년의 4배를 넘었다.

    한편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일명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조만간 조사에 착수한다.

    집값과 전세가 하락이 지속할 경우 현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깡통전세·역전세가 전국적으로 확산,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계획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금융당국도 정보 동향 정도만 수집해 놓은 단계"라면서 "좀 더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깡통전세나 역전세난이 강하게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