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노동이사제 등 공약 불이행 원인 지목과도한 정치세력화 우려…정책적 연대 어디까지
  •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6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금융위원장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금융노조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6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금융위원장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금융노조

    금융노조가 단단히 뿔났다. 현장에선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라’는 극단적 발언까지 나왔다.

    2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 모여 “금융위원장 사퇴, 금융위 해체”를 요구했다.

    이들이 금융위 앞까지 나선 이유는 정부가 약속했던 금융 정책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현 정부는 금융권 노동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은산분리 완화 반대, 노동이사제 추진 등 달콤한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약속을 뒤집고 금융권에 상대적 박탈감만 남겼다.

    금융노조 허권 위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케이뱅크의 자본금 부족 문제를 은산분리 완화에 기대지 말라고 분명하게 권고했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장서서 특례법을 제정해 은산분리 규제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또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재도전을 위한 모범답안 팁을 주는 행태를 보이며 오히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이사제와 관련해선 “대통령이 공약했고 혁신위도 권고했던 노동이사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도입이 무산됐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치권도 한 목소리를 냈다.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은 “전 정권에서도 손도 못 됐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데 이어, 이제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까지 완화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의 근간을 훼손하는 게 개혁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추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예산지침과 예산 승인 권한을 악용해 금융감독원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금융감독원의 특사경 도입에는 반대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단은 대폭 강화했다”며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금감원과 업무 중복 마찰이 불가피함에도 금융위의 조직 키우기에 급급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금융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노동운동보다 정치적 색깔을 너무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1인 1당적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친노동정책을 적극 펼치는 당에게 적극 지원하겠단 의도인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력화를 먼저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특정 정당의 가입을 독려하지 않았지만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지지, 2018년 기초단체장 선거 땐 김경수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을 공개 지지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지원 사격한 바 있다.

    한 은행원은 “금융노조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연대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계기로 현 정권에 지분이 있는 것 마냥 요구하는 건 조금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