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동 부지 개발 위한 조례 개정안 부결… 관련 계획 차질 불가피시장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 개발 계획 변경보다 매각에 더 무게사료사업부 매각 가능성도 점쳐져… 수익성 회복 방안 마련에 신중
  • ▲ CJ THE CENTER. ⓒCJ
    ▲ CJ THE CENTER. ⓒCJ

    CJ그룹이 보유한 유휴자산인 가양동 부지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익성 회복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지 매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가양동 부지 개발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계획을 놓고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양동 부지 개발을 위한 조례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앞서 서울시 시의회는 지난달 초 열린 임시회의에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부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전체 면적의 40%를 산업부지로 확보하면, 나머지 60%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조항으로 CJ그룹의 가양동 부지 개발을 위해 승인이 꼭 필요한 사안이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2년부터 가양동 일대 공장부지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초 공장부지 10만여㎡에 최고 19층 아파트 22개동, 1139가구를 지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구체적인 개발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조례가 바뀌면서 재상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해당 안건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도시 건축공동위원회에서 부결된데 이어 이번에도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CJ그룹 공장 부지 개발을 위해서는 서울시 경관 조정에 따른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조례 개정안이 부결돼 그룹 측에서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공장 부지는 장부가액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하지만, 시장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알짜배기 땅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올해 하반기에 용도 변경을 위한 개발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곳 부지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발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CJ그룹이 부지를 매각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획을 변경하고 의회에 상정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개발계획이 승인될 것이란 확실한 보장도 없는 만큼, CJ그룹 입장에서 재무부담 해소를 위해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관측 때문이다.

    업계에선 CJ그룹에 대한 재무 안정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인수합병 등 투자를 통해 매출은 성장했지만,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저하된 탓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 7조원에 가깝던 그룹 합산 총차입금은 올 상반기 13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은 11조원으로 지난해 말 7조7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최근 가양동 부지 땅값이 많이 오른 만큼, CJ그룹이 해당 부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부지를 직접 개발한다면 매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매각하는 것도 CJ그룹 입장에서 크게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 가양동 공인중개사는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 소식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CJ그룹 공장 부지가 개발되지 않으면 주변 지역에 악재이긴 하다"면서 "CJ그룹이 부지를 매각할 경우 개발 이익은 얻지 못하겠지만, 마곡지구가 땅값이 많이 올라 매각 이익만 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J "재무안정성 크게 걱정할 상황 아냐"… 신중히 검토

    CJ그룹 측은 재무 안정성에 대해 아직까지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 등으로 인해 차입금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그룹과 비교하면 큰 위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CJ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2월말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컴퍼니 지분 70%를 1조9000억원에 취득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크게 확대됐고, CGV와 푸드빌 등 계열사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재무 안정성은 아직까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양동 부지 매각은 확정된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가양동 부지 매각 외에도 CJ제일제당의 사료사업부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CJ그룹은 CJ헬로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식품과 물류, 문화 등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생물자원 사업부문의 국내 사업을 7월 1일 물적 분할해 독립법인인 ‘CJ생물자원 주식회사’로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비주력 부문인 사료사업을 매각해 해당 분야에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