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재원·지급기준·지원방식 제각각…뜨거운 국민적 관심사각지대 많은 박원순式, 재원찾아 기금 손대는 이재명式건보료 인하는 꼼수?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효과는 적어
  • ▲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 마스크를 쓴 노인들이 모여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인근에 마스크를 쓴 노인들이 모여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중국발 코로나19(우한코로나) 확산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아직 망설이는 모습이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속속 제각각의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책마다 장단점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국민 개개인이 직접 현금성 화폐를 받는 사안인 만큼 주요 포털이나 커뮤니티 등에선 각 정책을 비교분석하는 논쟁도 불이 붙고 있다.

    사각지대 '뻥뻥'…박원순·김경수式 소득기준 선별지급

    광역지자체중 재난기본소득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이하 191만가구중 정부의 추경예산지원을 못받는 가구 117만7000여가구를 대상으로 30만~5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중위소득 기준은 1인가구 175만원, 2인가구 299만원, 3인가구 387만원 등이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3271억원으로 1~2인가구는 30만원, 3~4인가구는 40만원, 5인이상가구는 50만원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이를통해 전체 인구중 1/3에 달하는 300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수 지사의 경상남도도 같은 방식을 차용했다.

    이같은 방식은 지급대상자를 선별하는데는 용이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각지대가 나타난다는 폐단이 있다.

    주택보유현황 등 재산에 대한 구별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더 생계가 어려운 세대에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예컨대 수십억원대의 고급아파트에 살면서도 소득기준만 맞다면 지원금을 받을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세대는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도 논란이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지급하는 저소득층이나 7세이하 아동을 보육하는 특별돌봄쿠푼 지원 대상자는 여기서 빠진다.

    특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실직자들에 대한 지원도 사각지대다. 실업급여 수급자 역시 이번 혜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급격히 부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한 것이 신속성"이라며 "재원의 한계성을 고려하면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막대한 재원소요에 기금까지 차용… 이재명式 보편지급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는 1326만명에 달하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보편적 지급을 결정했다.

    이 지사는 "일부 고소득자와 미성년자를 제외하거나 미성년자는 차등을 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는 기본소득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며 "고소득자 제외는 고액납세자에 대한 이중차별인데다 선별비용이 과다하고, 미성년자도 세금 내는 도민이며 소비지출 수요는 성인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제외나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별없이 모든 주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만큼 이재명식(式) 정책은 재원조달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1회에 그치는 한시적 시행이지만, 무려 1조3642억원이 들어간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재난관리기금 3405억원, 재해구호기금 2737억 원에 자동차구입채권 매출로 조성된 지역개발기금 7000억 원을 내부 차용했다.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앞서 발표한 극저신용대출 사업비 1000억원 중 500억원을 삭감했다.

    취약계층에 돌아가야 할 돈과 다른 사업으로 조성한 기금에까지 손을 댄 셈이다.

    30~50만원에 달하는 타 지역 선별지원에 비해 10만원은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공공근로 일자리를 잃은 노인의 경우 그동안 받았던 월급여 27만원 상당을 선별적 지원으로 충당할 수 있는 것에 반해 경기도의 보편적 지급은 취약계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돌봄사각지대 방지를 위해 정부 긴급복지사업에서 제외된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5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원하기로 했다"며 "기본소득 정책이 보편적 지급이 전제되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이 논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돈은 돈대로, 효과는 글쎄… 정부式 건보료 감면·유예

    중앙정부는 당장 이재명식 재난기본소득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경기도의 돌발적인 발표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필요한 곳'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이재명식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총선을 앞두고 무턱대로 배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비상경제회의에서 "다음 회의에서는 실효성 있는 생계 지원 방안에 대해 재정 소요를 종합 고려하여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비상경제회의를 위해 청와대 집현실을 입장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비상경제회의를 위해 청와대 집현실을 입장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중심으로 하는 준조세 성격의 납부금을 일시 감면하거나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의 유예 또는 면제에 대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개인에게는 생계 지원이면서도 기업에게는 비용 절감으로 고용 유지를 돕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보료의 경우 모든 국민이 가입돼 있고, 월평균 보험료가 11만1449원(2019 상반기 기준)으로 보편성을 강조하는 재난기본소득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 가입자의 경우 납부금의 절반을 기업이 내기 때문에 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앞서 긴급구호대책을 통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484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3개월간 건보료 50% 감면안을 내놨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는데는 절차적 간편성도 확보 가능하다.

    문제는 소요되는 재원에 비해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다. 실질적인 현금지급에 비해 소득보전으로는 경기부양이란 본래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의 성격을 고려할때 건보료를 깎아주거나 유예하는 식의 방안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현금이 빠르게 돌아야 하는 상황에서 건보료 감면 같은 방식은 실효적이 정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재정이 부담해야 할 재원을 가뜩이나 적자로 허덕이는 건보기금에 전가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체 건보 가입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50% 감면을 시행하면 보험료 수입은 약 15조원이 줄어든다. 건보기금은 지난해만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