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기업신뢰지수 96.3…OECD 평균 97.96보다 낮아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기업경기실사지수도 기준치 밑돌아정부 "하반기 반등" 장밋빛 전망…전문가 "대외 불안요인 여전"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에 정부 주도로 버텨온 한국 경제가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 2차 대유행 등 변수에도 하반기 이후 반등하려면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이 중요한 가운데 기업경기나 제조업 관련 경제지표가 어두워 우리 경제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기업신뢰지수(BCI)를 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한국의 BCI는 96.3으로 발표됐다. BCI는 6개월 뒤 기업경기를 전망한 지표다.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본 기업이, 100을 밑돌면 경기가 악화할 거로 전망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의 BCI는 지난해 12월 98.5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올해 1월 98.4로 내린 이후 6개월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렸다. 6월 현재 BCI가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핀란드(96.2) △포르투갈(95.6) △슬로베니아(95.4) △슬로바키아(94.6) △체코(94.4) △터키(93.4) △아일랜드(92.1) △에스토니아(89.8) 등 8곳뿐이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치는 97.96을 기록했다. 앞선 달(97.50)보다 0.46포인트(P) 올랐다. 1월부터 이어지던 내림세를 마감하고 반등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6개월 뒤 경기 전망을 좋게 본 기업이 늘었다는 의미다.
  • ▲ OECD 기업경기전망.ⓒ연합뉴스
    ▲ OECD 기업경기전망.ⓒ연합뉴스
    또 다른 선행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봐도 하반기 경제상황을 낙관만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는 의견이다. 제조업은 구매 담당자의 경기 전망에 따라 원자재 등의 구매량이 달라진다. 경기가 좋아질 거로 예상하면 구매량을 늘리고, 그 반대라면 구매량을 줄이거나 동결한다. 제조업 PMI란 설문을 통해 업계 구매 관계자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지난 3일(현지 시각) 발표한 미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7월 PMI를 보면 미국 제조업 PMI는 50.9로 앞선 달(49.8)보다 소폭 상승했다. 넉달 만에 50선을 넘었다. 유로존 제조업 PMI도 51.8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50.3) 이후 18개월 만에 50선을 돌파했다. PMI가 기준치인 50 이상이면 경기 회복,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의 제조업 PMI는 46.9로 나타났다. 앞선 달(43.4)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50선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생산을 멈추거나 줄였던 공장들이 다시 가동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는 것일 뿐 경제상황이 회복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견해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그동안 부진했던 자동차가 상승을 견인하며 전월보다 7.2%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도 103.8로, 앞선 달보다 0.1% 늘었다. 생산능력지수는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환경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뜻한다.

    그러나 2분기 실적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올 2분기 국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6.6%로 1분기(73.5%)보다 6.9%P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74.6%) 이후 계속 내림세다. 산업생산지수는 2분기 연속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음료·의약품 등에서 증가했으나 반도체·자동차 등이 줄어 1분기보다 7.1% 감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1% 줄었다. 생산지수 감소 폭이 커지고 제조업 가동률도 세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등 산업생산 지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봐도 경기 흐름에 민감한 기업들의 하반기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SI 8월 전망치는 81.6으로 나왔다. 앞선 달보다 7.9P 상승했는데도 여전히 기준선 아래를 한참 밑돌았다. 장기 경기부양에 역할이 큰 제조업은 74.9로 앞선 달보다 0.1P 상승에 그쳤다.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이 90.5를 기록하며 상승을 견인했다. 7월 실적치는 84.2로 63개월 연속으로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한경연은 8월 전망치가 오른 것은 순전히 비제조업 전망치의 상승에 기인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 ▲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상반기 경제 상황에 대해 "기적 같은 선방의 결과"라며 "각종 경제지표가 2분기를 저점으로 6, 7월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여준다. 3분기부터 경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나흘 뒤인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6월 산업활동동향이 생산·지출의 구성지표가 모두 좋아지는 등 개선 조짐이 한층 뚜렷해졌다"면서 "3분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월 산업활동동향에는 5월 수출이 급감했던 기저효과도 작용한 만큼 경기 상황을 낙관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나날이 격해지는 미·중 무역 갈등이나 가을 이후 코로나19 재유행 등 외부 변수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교역 위축이 심화하면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낙관론 배경에는 그동안 국제신용평가사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 또는 OECD 경기선행지수(CLI) 등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IMF는 지난 6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2.1%로 내다봤다. 앞선 4월 보고서(-1.2%)보다 0.9%P 낮춰잡았다. 다만 △미국(-8%) △일본(-5.8%) △독일(-7.8%) △프랑스(-12.5%) 등 서구 선진국보다는 선방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한국이 성장률이 공개된 선진국 중 가장 높다"며 "선진국 중 유일하게 내년 말 코로나19 이전 GDP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OECD가 내놓은 CLI도 정부의 낙관론을 부채질했다. CLI는 통상 3~6개월 이후의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OECD가 내놓은 한국의 6월 CLI는 99.56이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 상승, 100을 밑돌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한다. 한국은 아직 기준치를 밑돌지만, △이스라엘(100.71) △칠레(99.69)에 이어 회원국 중 3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수치를 낙관적으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IMF 등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좋게 보는 나라는 중국처럼 코로나19 피해를 먼저 겪고 그 영향에서 빨리 벗어난 경우인데, 한국도 비슷한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OECD의 경기선행지수도 각 항목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CLI는 기업 경기전망과 주가, 자본재 재고, 재고순환, 장단기 금리 차, 교역조건 등 6개 항목을 바탕으로 산출한다. 한국의 경우 기업신뢰지수(BCI)가 올 들어 여섯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른 항목에서 만회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CLI에는 주가지수가 포함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최근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저점에서부터 30% 크게 반등했다. 중국이 3%씩 반등하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한 상황에서도 '동학 개미'라 일컬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로 지탱해왔다. 김 교수는 "BCI를 보면 한국 기업의 신뢰지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이 6~9개월 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기업이 계속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이유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에 유입된 금액보다 해외로 나간 직접투자 금액이 3배나 많다.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치솟는 금값.ⓒ연합뉴스
    ▲ 치솟는 금값.ⓒ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