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법정행2500억 낸 HDC "책임은 금호에"이스타에 계약·대여금 215억 준 제주항공도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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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줄줄이 무산된 항공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시아나,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했던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SPA) 단계에서 매각 측에 지급한 이행보증금 관련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C는 “아시아나 인수 무산 책임은 금호산업에 있으며, 일방적 계약 해제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7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도 이행보증금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HDC는 약 10개월간 경영권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악화된 시장, 아시아나의 대규모 추가 차입 등을 이유로 거래 종결을 미뤘다. HDC는 지난 11일 금호 측 해제 통보 직전까지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12월 HDC는 아시아나 SPA를 체결하며 금호산업에 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지급했다. HDC가 시사한 ‘법적 대응’은 보증금 반환 소송으로 관측된다. HDC와 금호산업이 거래 무산 귀책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만큼 양측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유사 사례로는 지난 2008년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무산이 거론된다. 쌍용건설 인수 우협대상자였던 동국제강은 SPA 당시 231억원의 보증금을 냈다. 그러나 이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가 조정, 인수 1년 유예를 요청했다. 

    당시 매각 측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계약은 파기됐고, 동국제강은 3년여 간 보증금 반환 소송을 벌였다. 당시 법원은 “금융위기는 거래에 지장을 주는 불가항력적 사유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동국제강이 4개월간의 실사에서 관련 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는 관련 사례를 들어 HDC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법원이 ‘계약 해제 사유’를 보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10개월 가량의 협상 기간 고려 시 HDC의 재실사 요청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재판부는 양 측 성사를 위한 ‘거래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며, 계약 해제와 그 사유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갖는다”며 “그 전에 코로나19 등 HDC 측 주장이 중대 악화 사유인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항공기 ⓒ 연합뉴스
    ▲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항공기 ⓒ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도 관련한 소송에 나설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SPA 체결 당시 이스타항공에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지급했다. 이후에는 인수를 전제로 100억원도 빌려줬다.

    제주항공은 계약 파기 귀책이 이스타 측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스타가 태국 자회사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체불임금 등 계약에 포함된 선행조건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스타는 계약상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이 거래를 완료하지 않은 채 셧다운, 구조조정을 지시했다고 강조한다. 제주항공 측 사전 경영 개입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이스타항공 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갈린다. 업계는 거래 파기책임 등 단순 SPA 조항과 관련해서는 제주항공이 우세에 있다고 판단한다. 태국 자회사 지급보증 등의 사전 협의 조건을 이스타가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제주항공 측이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경우다.

    다른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파기 책임과 별개로 사전 경영개입과 그 피해를 증명할 경우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재매각과 기업회생(옛 법정관리)을 앞두고 있어 소송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600여 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제주항공으로부터 받은 보증금과 경영자금은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