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험이 곧 투자 리스크, 글로벌 투자은행 등 자본 재분배 속도태양광·풍력·수소 등 재생에너지 주목…기후위험완화 산업 영향력 ↑
  • ▲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밸류 운용팀 차장이 20일 '탄소배출을 잡아라,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주제로 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한화자산운용
    ▲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밸류 운용팀 차장이 20일 '탄소배출을 잡아라,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주제로 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한화자산운용
    기후 위기가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재생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자본 이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연기금, 자산운용사들이 태양광·풍력·수소 등 기후위험완화 산업에 투자 비중을 늘리는 추세인 만큼 개인 투자자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 적합한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밸류 운용팀 차장은 23일 '탄소배출을 잡아라,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기후와 관련된 투자가 곧 돈이 되는 세상이 됐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은 차장은 "전세계 기후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2.0℃를 넘으면 기후 복원력을 완전 상실하고, 안정적인 지구 평균 기온으로는 1.5℃를 제시한다"며 "이미 2017년 1.0℃ 초과한 상태로 2100년까지 1.5℃ 이내로 막기 위해 매우 빠르게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 시장도 기후 위기로 인한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올해 초 국제결제은행(BIS)은 그린스완 보고서를 통해 기후 위기가 금융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완은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경우 반드시 직면하게 될 기후 위험 및 물리적 피해를 의미한다. 

    은 차장은 "그린스완을 대비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며 "기후 위험이 매우 큰 좌초 자산에 대한 투자를 피하고 기후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대규모 자본 재분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금융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과 연기금 등은 탈석탄금융을 선언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 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기후 위기가 곧 투자 리스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본 시장에서 기후위험완화 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 차장은 "대형 금융회사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선한 의도에서만 비롯된 결정이 아니다"며 "탄소 배출이 늘어나면 결국 좌초 자산이 될 것이란 전망과 기후 관련 투자대상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투자 자산의 수익률과 안전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기후위험완화, 기후위기적응 등 2가지로 구분된다. 기후위험완화은 기후 변화의 원인인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흡수해 미래 기후변화 정도를 완화시키는 활동이다. 기후위기적응의 경우 현재 또는 미래에 일어나는 기후 변화의 파급효과와 영향에 대해 피해를 줄여서 적응하기 위한 활동이다.

    한화자산운용은 기후위험을 완화시키고, 기후위기 적응에 도움이 되는 산업을 '그린히어로'로 정의했다.

    기후위험을 완화시키는 기술을 보유한 산업과 함께 실제 탄소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기업에도 주목했다. 그는 "해당 기업들은 기후위험완화 적용기업이라고 본다"며 "대표적으로 RE100을 선호하고 이행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RE100 우수기업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2014년 뉴욕시 기후주간에서 처음 발족했다. 자발적 참여로 시작한 RE100 이지만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선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RE100을 이행하며 자체적으로 이미 쓰는 전기는 100% 재생에너지에 도달했다. 구매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RE100달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전자부품, 반도체 회사들은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는 2030년까지 탄소저감 잠재력이 가장 큰 영역은 재생에너지다. 이중 태양광과 풍력은 현재 기술력에서 가장 효율적인 탄소배출 절감 수단으로 꼽힌다. 그린수소와 전기차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은 차장은 "향후 5~10년까지 태양광, 전기차 등 현 시점에서 주목받는 산업의 성장성이 극대화 될 것"이라며 "이후 수소, 바이오 소재, 건축재재, 이산화탄소 포집설비 등 새로운 영역 확보가 이뤄질 경우 탄소배출 저감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