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시입출금 137조 급증…작년엔 65조 늘어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처 찾는 시중자금 대기안전자산 정기예금 매력 뚝…현금성 자산 선호
  •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광풍으로 불거지면서 은행에 대기성 자금이 쌓이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실질금리가 0%대인 상황에서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이 금리 매력이 없는 수시입출금통장으로 이동하는 '기현상' 지속되는 모습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수시입출식예금은 올해 1~9월 중 137조6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1~12월 수시입출식예금이 65조9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9개월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특히 올해 5·6·9월에 각각 30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법인은 물론 개인 자금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9월에는 월말 휴일에 따른 법인세 등 자금결제가 이연됐고 재난지원금 및 추석 상여금 유입으로 예금이 크게 증가했다.

    수시입출금은 사실상 현금 개념으로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뜻한다. 일정 기간 돈을 묶는 정기예금과 달리 입출금이 자유롭다.

    돈을 자유롭게 맡기거나 찾을 수 있는 대신 금리는 0.1%대로 사실상 이자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수시입출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부동산·주식·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사라지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대기성 자금이 안전하면서도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0.50%까지 내려갔고, 이에 예금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금리가 비등해진 것도 한몫한다. 

    실제 대표 안전자산인 은행 정기예금은 9월 한 달 새 5조6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은행들이 규제비율 관리를 위해 9월중 자금 유치를 노력한 탓에 소폭 늘었다. 

    4월부터 8월까지는 정기예금 유출(마이너스)이 지속되면서 올해 1~9월 중 -7조5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연간 48조3000억원이 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예금 총 잔액도 수시입출식예금(821조3000억원)이 정기예금(709조3000억원)보다 많아졌다. 그만큼 정기예금 매력이 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예금금리도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돈을 장기간 예금에 묶어둘 바에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현 시점에서 돈 굴릴 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