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0.5%p 큰 폭 인하하자농협·국민·우리·기업 재빨리 기본금리 변경연이자 쥐꼬리 수준…1% 이상 받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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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연초 예금금리를 내린 후 또다시 인하 행렬에 나섰다. 인하 속도도 빨라졌고 인하 폭도 지난번보다 커졌다.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로 떨어진 만큼 이제는 0%대 쥐꼬리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이 대부분인 시대가 왔다. 1년간 1000만원을 예치해도 10만원의 이자조차 받기 어렵다.

    ◇빠르게 수신금리 인하한 은행들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연 0.75%)를 0.50%포인트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후부터 수신상품 기본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인하했다. 

    농협은행은 25일부터 개인·법인 포함 거치식예금 5개와 적립식예금 12개 상품의 금리를 계약기간별 최대 0.45%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도 계약기간별 최대 0.50%포인트 인하했다. 개인·법인 포함 거치식예금 15개 및 시장성예금 금리를 25일부터 내렸고, 적립식예금 36개는 27일부터 인하된 금리가 적용된다.  

    거치식예금 중 국민수퍼정기예금(고정금리형)의 영업점장 최고금리는 18일 0.05%~0.10%포인트 내렸으나 일주일 만에 0.05%~0.1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19일부터 대표 비대면 수신상품인 WON예·적금 기본금리를 계약기간별 최대 0.25%포인트 인하했다.

    WON예금은 1년 만기 이상부터 0.10%포인트 내렸고, WON모아 예금은 6개월·1년 만기 모두 0.25%포인트 인하했다. WON정기·자유예금도 각각 0.20%포인트 0.10%포인트 조정됐다. 

    기업은행도 적립식예금 33개와 거치식예금 6개 상품의 고시금리를 20일부터 계약기간별 최대 0.40%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2일 18개 수신상품 기본금리를 내린 만큼 추가 인하를 신중히 보고 있고, 신한은행도 인하 시기와 폭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외에도 SC제일은행, 씨티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저축은행까지 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0%대 기본금리 속출하는 시대

    이번 금리 인하 행렬은 이전과 상반된다. 한은이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때 모든 시중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 당시 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내렸고, 나머지 은행은 올해 들어 조정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증대되면서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아지자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도 빨라졌다. 

    이제는 0%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이 속출하고 있고, 기본금리가 1.00% 이상인 예금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대금리를 다 받는다고 해도 1.50%를 넘기기 힘들다.

    1년 만기 기준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 기본금리는 1.05%에서 0.90%로 내렸고, KB Star 정기예금은 현재 0.90%지만 오는 30일부터 0.70%로 인하된다.

    농협은행의 일반정기예금 금리는 1.00%에서 0.70%로, 기업은행의 정기예금도 1.20%에서 0.80%로 낮아졌다.

    우리은행의 WON모아 예금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1.00% 기본금리가 적용됐으나 현재 0.75%까지 떨어졌다. WON예금도 0.75%에서 0.65%로 내려갔다.

    일각에서는 금리 하락 기조가 지속할 경우 멀지 않은 미래에 유럽 등 일부 선진국처럼 은행에 수수료를 내고 돈을 맡겨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금리인 실질금리에서 이자소득세(15.4%)를 제외하고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가 1%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은행에 돈을 넣어둘수록 손해인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예금금리가 바닥을 치는 만큼 대표 안전자산인 예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0.01%포인트도 아쉬운 마당에 최대 0.50%에 달하는 예금금리가 인하되자 마땅히 돈 맡길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말과 올해 초에는 은행들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였으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전보다 빨리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며 "올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것도 수신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는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