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예산 35.6조…정부案보다 1678억, 올해보다 5.1조↑직접일자리 100만개 상회, 8.8%↑…대부분 단기·노인일자리정부 "취약계층 살피는게 역할" vs 전문가 "민간일자리 쫓아내"
  • ▲ 구직자들.ⓒ연합뉴스
    ▲ 구직자들.ⓒ연합뉴스
    내년 정부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인 558조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혈세를 투입하는 재정일자리가 올해보다 확대 추진된다. 재정일자리는 양질의 지속 일자리라기보다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이 강해 내년에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착시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내년 노동부 관련 예산(총지출 기준)은 35조6487억원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 편성안(35조4808억원)보다 1678억원이 늘었다. 올 본예산(30조5139억원)과 비교하면 16.8%(5조1347억원) 증액됐다.

    노동부는 저소득 근로빈곤층·청년 등 40만명을 대상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Ⅰ유형)를 본격 시행하는 등 고용안전망 구축과 디지털·신기술 인력양성, 고용유지, 안전 일터 조성 등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면서 내년에도 일자리 통계의 왜곡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내년 정부 직접일자리 예산은 3조1000억원으로 전체 일자리사업 예산의 10.2%를 차지한다. 일자리 공급 규모는 102만8000명으로 올해 94만5000명보다 8.8% 증가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대변되는 재정일자리는 일자리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정부의 고용통계에 고스란히 취업자로 잡히는 허점 때문에 일자리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 업종을 통틀어 국내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는 187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명(0.2%) 줄었다. 앞선 9월 통계에선 감소 폭이 11만2000명(0.6%)이었다. 감소 폭만 놓고 보면 10월 통계는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3월 이후 가장 작았다. 수치상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 ▲ 멈춰선 트럭 생산라인.ⓒ연합뉴스
    ▲ 멈춰선 트럭 생산라인.ⓒ연합뉴스
    그러나 이는 우리 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제조업을 비롯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의 종사자가 대폭 줄었음에도 공공행정 종사자가 급증하면서 감소 폭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업종별 종사자 현황을 들여다보면 서비스업에서는 숙박·음식업 종사자가 16만2000명 줄었다. 여행업 포함 사업시설관리업은 6만4000명, 도소매업은 5만6000명, 예술·스포츠업은 3만8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일자리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산보조 등 디지털 일자리를 대폭 늘리면서 공공행정 종사자는 20만9000명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의 경우 사업체 종사자 수가 366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9000명(2.1%) 줄었다. 월별 제조업 종사자 감소 폭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나이별 고용동향을 봐도 재정일자리의 착시 효과를 알 수 있다. 지난달 11일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30대(-24만명), 20대(-21만명·), 40대(-19만2000명), 50대(-11만4000명) 순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은 유일하게 37만5000명(0.8%p) 증가했다.

    이는 비단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 확대에 치중해 왔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19년 일자리행정통계'를 보면 지난해 일자리는 2402만개로 1년 전보다 60만개(2.6%) 늘었다. 60세 이상 일자리는 34만개 늘었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일자리는 건설업 등의 부진으로 5만개 감소했다.

    60세 이상 일자리는 고령화로 말미암아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세를 보인다. 2016년 273만개였던 노인 일자리는 2017년 298만개, 2018년 323만개, 지난해 357만개였다.

    노동부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1%)보다 높은 노인빈곤율(48.8%), 민간의 고용창출력 저하 등을 고려했을 때 취약계층과 장기 실업자, 공익 가치창출을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통계용 일자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다.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민간의 일자리가 양질의 것이고 공공 일자리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 정부는) 기업활동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60~70대의 3~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데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일자리가 워낙 없으니 재정일자리라도 만든다는 견해인데 정부의 역할은 민간경제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재정일자리 증가는 민간 일자리를 쫓아내는 구축효과를 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업상태에 처한 노인을 지원하는 정책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현재의 예산 편성은 재정으로 일자리사업을 하는 건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현 정부의 일자리 예산은 복지·실업 예산으로 봐야지 일자리 예산으로 보긴 곤란하다"면서 "일자리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