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소득 없어'6년-12만㎞' 합의 지난1년 지나도록 중기부 심의위 조차 못 열어
  •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DB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DB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업 방식과 6년·12만㎞ 이내라는 조건이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체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 판매하되 6년·12만㎞ 이내만 취급하고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소위 돈 되는 매물을 독점할 게 뻔하다며 반발했다. 나아가 딜러를 통해 간접판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탓에 결정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임재강 대전중부자동차매매사업조합 조합장, 정인국 케이카 대표,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공청회는 3시간여 만에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도리어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사업 방식이다. 현대차 등은 중고차 직접 사고파는 것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주행 기간 6년, 주행 거리 12만㎞ 이내 중고차만 취급하고,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상무는 “완성차 업체는 생산부터 판매, 유통, 사후서비스, 중고차 매매까지 생애주기 전체를 책임질 역할이 있다"며 "국내의 경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제한돼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고차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금융, 보험 등과 협업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는 또 수입차가 아무런 제약 없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역차별인데다 소비자 불신 해소를 통한 정상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차 매매업계 주장은 달랐다. 수입차는 딜러를 중심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입차 업체의 경우 품질 관리, 합리적 가격 산출 등 객관적인 인증 절차를 설계해 운영한다. 다시 말해 직접 중고차를 사고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독과점을 낳아 소비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6년·12만㎞ 이내인 중고차는 이른바 ‘신차급 매물’로 상품 가치가 가장 높다. 케이카에 따르면 보유 매물 중 현대·기아차 비중은 67%(지난 4일 기준)에 달한다. 이 중 6년·12만㎞ 이내인 것은 50%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팔린 중고차 중 6년 이내 현대·기아차 중고차는 60%를 차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특정 업체가 최대 80%까지 차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고차 시장 개방마저 이뤄지면 매입, 판매 독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현대차가 진정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6년이 넘은 중고차를 직접 보증해 내구성을 검증해달라”면서 “6년·12만㎞ 이상인 차는 고장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미 국토교통부에 생애주기 등 관련 정보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최종 결정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7개월 이상 계속 결정을 미루면서 자칫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기부는 중고차 매매업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며 눈치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6일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중기부에 중고차 매매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합하지 않다는 의견서를 냈다.

    중기부는 동반위의 입장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연장 시 최대 6개월 이내(5월 6일)지정 및 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 결정이 늦어지는 사이 소비자는 홀로 섬에 버려진 꼴”이라며 “의견 수렴을 내세워 더 이상 뒷짐만 지고 물러나 있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 사고파는 방식과 6년·12만㎞ 이내 중고차라는 상생안은 또다른 갈등을 낳게 될 것”이라며 “간접판매로 딜러가 보유 물량을 팔기 위해 경쟁하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독점에서 경쟁 구조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