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없이 일부 임원들과 상견례만…취임사 배포 예정금감원 중징계, 생보 리딩 기업 신사업 제한 우려 소송 등 불복 절차 진행시 시장 혼란 야기… "중재자 역할 기대"
  • ▲ 정희수 신임 생명보험협회장 ⓒ 생명보험협회 제공
    ▲ 정희수 신임 생명보험협회장 ⓒ 생명보험협회 제공

    정희수 신임 생명보험협회장이 금일 공식 취임해 본격적인 업무 수행에 돌입한다. 최근 갈등 국면에 접어든 금융당국과 일부 생명보험사간 중재자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9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생명보험협회는 생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총회를 열고 당시 정 보험연수원장을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에 추대했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3년 12월까지다. 

    정 회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정치권으로 진출해 경북 영천지역에서만 3선(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대 국회의원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곤 당시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는 보험연수원을 이끌었다.

    금일 정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취임식 행사를 갖지 않고, 일부 임원들과 상견례 후 곧바로 업무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일 오전 중 취임사를 배포할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협회 2인자로 통용되는 김제동 전무이사와 임기를 사실상 같이 보내는 만큼, 내부 단합을 통한 협회의 안정적 운영을 기대하는 눈치다.

    협회는 지난 6월 김 전 금융위원회 금융공공데이터담당관을 전무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무는 1994년 재무부에 입사한 후 금융위 자본시장국 자산운용과, 기획조정관실 감사담당관실,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의사운영정보팀장, 금융공공데이터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임기는 2023년 6월 3일까지다.

    뿐만 아니라 업계는 정 회장 취임 후 생명보험 업계와 금융당국간 갈등 중재자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생보업계 1,2위 업체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아직 금융위의 의결 단계가 남았지만, '기관경고' 처분이 확정되면 1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양사 모두 업계를 리딩하는 최선두 기업인 만큼 신사업 제재는 보험 업계의 시장성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일부 암 환자들에게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삼성생명에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약관에서 정한 암 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 측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볼 수 없어 암 입원비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의 공동대표 A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지속 고수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엔 한화생명에 대해 대주주 거래 제한 위반 등으로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한화생명이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주시키면서 대주주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80억원의 공사비를 받지 않고 무료로 인테리어 등을 진행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한화생명 측은 "관리비 부분만을 전체거래에서 분리한 것이며, 자산의 무상 제공으로 볼 수 없다"며 "타임월드는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으며, 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한화생명에게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료를 지급하고 있다. 추가손실을 입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한화생명이 향후 금감원에 대한 행정 소송 등 불복 절차에 돌입할 경우, 갈등 국면이 심화돼 시장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업황의 혼란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이 얽힌 실타래를 풀 단초를 제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손해보험협회장 공식 취임은 오는 21일이 유력시된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총회를 열고 정 전 이사장의 차기 회장 선출을 확정했으며, 오는 18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를 거쳐 공식 선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해당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협회와 한국거래소의 업무 연관성이 전혀없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21일 공식 취임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