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생존 공정기술 확보 위해 잇따른 장비 도입삼성-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도 EUV 적용 확대1대당 1500억… 네덜란드 ASML 독점 연 40대 수준 그쳐
  • ▲ 7나노 EUV 공정 전용 V1라인이 구축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삼성전자
    ▲ 7나노 EUV 공정 전용 V1라인이 구축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초미세 공정기술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미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UV 장비의 경우 생산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기존 시스템 반도체에서 D램으로 적용이 확대되며 반도체 업계의 쟁탈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가 경쟁적으로 EUV 도입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SK하이닉스도 대열에 합류가 점쳐진다.

    EUV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정인 포토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리소그래피(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 기술 및 이를 활용한 제조공정이다.

    반도체 칩을 생산할 때 웨이퍼(wafer)라는 실리콘 기반의 원판, 즉 둥근 디스크는 감광물질로 코팅이 되고 스캐너라고 하는 포토공정 설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설비 안에서 회로 패턴을 새겨 넣기 위해 레이저 광원을 웨이퍼에 투사하는 노광(photolithography) 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칩 안에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로 극도로 미세한 회로소자 수십억개를 형성한다. 그래야만 트랜지스터와 콘덴서 등 소자들을 지름 300mm의 제한된 웨이퍼 공간에 더 많이 집적하고, 성능과 전력효율 또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UV 광원은 기존 공정에 적용 중인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훨씬 짧다. 때문에 더 미세하고 오밀조밀하게 패턴을 새기는데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엔 미세회로를 만들기 위해 수차례 노광 공정을 반복해야 했지만, EUV 장비는 공정 단계를 줄일 수 있어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EUV를 통한 초미세화 공정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돼 왔다.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기술적으로 셀 공간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간섭현상으로 미세화가 어렵웠다. 비메모리와 달리 D램이 아직까지 10나노 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나노대 D램은 공정에 따라 1세대(1x나노), 2세대(1y나노), 3세대(1z나노)로 나뉜다. 1x나노는 10나노대 후반(18~19나노), 1z나노는 10나노대 중반(14~16나노) 공정으로 분류된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할수록 전력 소모가 줄고, 생산성이 향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EUV 장비를 속속 채택하고 있는 이유이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대당 가격이 15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 생산능력은 40대 수준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대만의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가장 많은 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SML에 따르면 3분기 장비 매출 비중에서 EUV가 차지하는 비중은 66%로 국가별로 대만이 47%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높았다. TSMC가 3분기에 가장 많은 EUV 장비를 구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8~2019년 매출에서 한국과 대만의 비중은 각각 35%에서 19%, 19%에서 51%다. 올해 역시 TSMC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대수를 확보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까지 EUV 장비 도입이 확대되면서 한정적인 장비 확보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한데 이어 'EUV 파운드리' 증설에 나서며 글로벌 종합 반도체 1위 회사로 도약을 위해 가속도를 붙였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10조원을 투자해 EUV 기반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EUV 공정으로 14나노 초반대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차세대 제품의 품질과 수율도 기존 공정 제품 이상으로 향상시킬 예정이다.

    EUV를 이용해 만든 4세대 10나노급(1a) D램은 1세대 10나노급(1x) D램보다도 12인치 웨이퍼당 생산성을 2배 높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이천 캠퍼스에 첫 양산용 EUV 장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한두 대의 EUV 장비로 내년 하반기 이후 양산할 4세대 10나노급(1a) DDR5부터 EUV 기술을 도입하되, 생산 효율과 수율을 따져보고 점차 활용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EUV 수요 상승으로 ASML은 매년 EUV 장비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2018년에는 18대 수준에서 2019년 26대, 올해는 30대 이상이다. 내년에는 45~50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