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코리아 임원 13년 간 여직원 15명 상습 성추행 의혹사측, 가해자 징계 내용 비공개..."사건 은폐에만 급급" 비판법조계 "사측이 피해자 알 권리 침해" 지적
  • ▲ 대형 백화점 내 샤넬 매장ⓒ뉴시스
    ▲ 대형 백화점 내 샤넬 매장ⓒ뉴시스
    명품 브랜드 샤넬코리아 본사 임원급 관리자가 13년 간 부하 여직원 15명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사측의 사후 처리 과정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 기관 감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에 대한 처벌 내용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가해자를 근무에서 배제하지 않아 피해자와 가해자 간 접촉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샤넬코리아 여직원 15명이 임원 A씨로부터 장기간 동안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피해 사실을 접수한 민주노총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샤넬코리아지부는 지난해 10월 사측에 가해자 징계를 요구했으나 처리가 지지부진하자 같은해 12월10일 A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및 강제 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사건을 서울서대문경찰서로 넘겼고 경찰은 지난 10일부터 3주 간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A씨를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A씨는 지난 2008년부터 최소 15명의 피해자들을 수십여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악수하며 손을 놓지 않거나 신체 일부를 만지고 어깨를 감싸며 성적인 농담을 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샤넬코리아 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성폭력사건 가해자 방관으로 2차 가해 조장하는 샤넬코리아 규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샤넬코리아 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성폭력사건 가해자 방관으로 2차 가해 조장하는 샤넬코리아 규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2차 가해 방관하며 징계 내용도 비공개...사측도 가해자”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사측의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사후 조치가 미흡했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해당 사건에 대한 사측의 조직적 은폐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A씨를 대기발령하고 피해자와 ‘업무상 접촉’이 이뤄지지 않도록 분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대형 로펌에 외부 조사를 의뢰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징계를 내리고 가해자가 본인의 업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성희롱 사건처리 기한을 20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샤넬코리아 측의 대응에는 2개월이 걸렸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 사내 블라인드 앱을 통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라며 "‘같은 회사 다니는 게 창피하다’, ‘방송에 얼굴 가리고 나왔지만 누군지 다 알겠다’ 는 등 피해자를 조롱하는 내용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10월 15일 회사에 사건을 알리고 조사를 요구했지만 이후로 어떠한 내용도 공유하지 않았고 재차 공문을 보내자 2개월이 지난 12월 15일에서야 ‘내규에 따른 합법한 징계를 했다’는 답변 만이 돌아왔다”며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에 대해선 노조와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현재 A씨는 그대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가해자에 대한 징계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 피해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처리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측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비공개...법조계 "피해자 알 권리 침해"

    샤넬코리아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징계의 세부적인 내용은 피해자들에게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철저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모든 신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회사 인사위원회는 사내 규정에 걸맞은 합당한 처분을 내렸다”며 “윤리규범을 엄중히 적용해 징계 처리를 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세부적인 처분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측의 처분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사내 재량 사항인 징계 결과에 대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 회사는 즉시 직위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하는데 여전히 A씨가 재직 중이라는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 내용을 제3자나 언론에 공개를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위반일 수 있지만 적어도 피해자들에겐 공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법이 개정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피해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게 의무규정이 됐지만 사내 규정에 따른 징계조치를 피해자에게 알리라는 의무 규정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사내 징계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위법행위라고 단정 짓기 힘들 수 있으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사측이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소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