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진행… 비율-목적 두고 신경전경영 안정-수익 개선 도모 위해 결정"검찰, 허위라고 주장 말고 증명 해야"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변호인단이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 자본시장법상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임에도 검찰은 의심을 갖고 수사를 했다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앞선 두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에는 불출석했으나 이날은 정식 공판 기일이어서 출석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충수염 수술로 지난달 25일로 예정된 재판을 한 달가량 연기해준 재판부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과 시점, 성격 등에서 검찰과 변호인단간 날선 신경전이 오갔다. 검찰은 합병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뤄졌으며 미전실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할 당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통해 합병이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시점, 비율 등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합병 이유로 당시 삼성물산이 경영 상황 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0년 해외 발전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조직 비대화와 무리한 저가 수주 경쟁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4~2015년 국제유가가 50달러 이하로 급락해 반토막되면서 건설업계 수주도 줄어들고, 중동지역 수주했던 프로젝트도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이에 사우디, 캐나다, 카타르 등 해외 프로젝트의 누적손실은 3800억에 달했다. 6조5000억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도 공사지연으로 2015년 하반기에만 9700억의 손실이 발생해 주가도 폭락했다. 또한 국내주택사업도 포화상태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결국 지난 2015년에는 적자전환됐다. 

    상사부문 역시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3년부터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수익개선을 적극 추진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에 나아지지 않았다. 매출도 지속 감소해 2012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율이 0%대를 나타냈으며. 2015년 1분기 영업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논의됐으며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됐다는 게 변호인측 설명이다. 실제로 합병 이후, 구 물산 잠재손실이 반영됐음에도 영업이익은 증가 및 부채비율 감소, 신용등급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 목적이 오로지 승계,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검찰은 주장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검찰은 허위라고 주장하지 말고 증명을 해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병 비율 역시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취지의 자본시장법상 객관적인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5월 합병 발표 당시 제일모직의 시총은 25조원, 옛 삼성물산 시총은 8조6000억원으로 제일모직 자산은 삼성물산의 3분의 1, 매출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에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 합병 비율은 1대0.35로 정해졌다. 제일모직 시총이 삼성물산보다 3배가량 높이 평가된 것이다. 

    숫자만 보면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 측이 불리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합병비율 산정은 자산가치가 아닌 주가를 근거로 산정됐다.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출 방식대로 ▲최근 1개월 평균 종가 ▲최근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를 반영한 이상 위법 여부를 따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합병가액을 합병당사자의 협상결과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는 외국 입법례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은 시민단체가 '합병비율 조작'으로 고발이 이뤄졌으며 검찰도 의심을 갖고 수사를 했지만 공소사실에 그런 내용 하나도 포함 안 되고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며 "시민단체와 검찰이 당초 생각했던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소장에 '물산 저평가, 모직 고평가'하는 표현이 20회 이상 나오는데 제일모직은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로 모직의 가치가 높았고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총 6위로 올라섰다"며 "검찰 주장대로라면 물산은 계속 저평가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합병 시점 역시 주주들에게 불리했다는 검찰 추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합병이 미뤄졌다면 주주들에게도 더 불리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순히 당시 시장의 견해를 근거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인단은 "주식시장에서 고평가라는 견해가 있더라도 이는 일각의 견해일 뿐 실제 주가 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며 "합병 시점을 모색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