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조현준 새 동일인 지정3, 4세들 소통 활발… 재계 분위기 실용과 성과 위주로상속세 벽 넘어야… 기업가 정신 약화 우려도
  • 재계 3~4세대 '젊은 총수' 시대가 도래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효성 조현준 회장이 새롭게 '정부 공인 총수'인 동일인에 이름을 올리면서 '세대교체'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LG는 구광모 회장, 한진 조원태 회장 등에 이은 3~4세대 젊은 총수들의 대거 등장이다.

    공정위는 29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효성그룹의 사례는 기존 고령의 총수들이 건강 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오너 3세의 동일인 지정 변경 신청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동일인 지정 변경으로 국내 주요 30대 그룹(자산 기준) 총수 중 40~50대 총수는 9명(30%)으로 늘어났다. 40대 총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3명이다. 50대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6명이다.

    4대 그룹 이외도 세대교체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로 올라서며 3세 경영 시대로 전환했다. 

    GS그룹은 4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으로,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대표가 사장으로 오너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총수 자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이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임하며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동일인은 이명희 회장이지만 이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 지분 증여를 마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이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는 가운데 이마트와 신세계를 남매가 나눠 맡으면서 분리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전 회장이 2019년 1월 말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 경영 과도기 시기를 지나고 있다. 지난해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4세 경영을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CJ그룹은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그룹도 경영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자열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3세인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가 지난 2월 LS네트웍스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하고 있다. 

    농심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차기 회장에는 현재 농심 대표이사인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1979년 농심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왔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의 퇴진으로 2세로의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이 최근 셀트리온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형제경영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손녀이자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전무가 지난달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을 알렸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 2세가 80세 이상의 고령이 됐기에 자연스럽게 승계 작업이 이뤄질 때가 됐다"며 "3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분위기도 실용과 성과주의 위주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의 가업승계 걸림돌로 지적되는 상속세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실제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12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상속세로 낸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대 수준의 금액이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가업승계 기업에 한해 적용받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적용 범위나 공제율, 공제한도 측면에서 일본, 독일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다는 것이 재계 입장이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징벌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영권 승계와 유지가 어려워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기업 승계 시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 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기업승계가 기업과 국가경제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관련 상속세율을 OECD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와 함께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