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선두주자… 태양광 이어 우주산업 진두지휘LS 3세 구동휘, LS네트웍스 등기이사 선임SK네트웍스 최성환 사업총괄도 전면에현대중 정기선 안착·코오롱 이규호 경영승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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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뉴 리더십'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면에 나선 4050 총수들에 이어 80년대생 '3세'들까지 잇따라 데뷔하고 있다.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83년생),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82년생),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81년생),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82년생), 이경후 CJ E&M 부사장(85년생) 등이 대표 인물이다.
일단 오너 3세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아버지 세대의 근엄한 경영 스타일 대신 겸손한 모습으로 소통에 적극적이다.
해외유학 경험을 통해 체득한 국제 감각과 네트워크, 창의·수평적 마인드 등으로 체질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기존 사업의 4차산업 연계나 4차산업에서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다.대표주자는 단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김 사장이 최근 그룹의 우주사업을 총괄하게 되면서 '3세 경영' 승계가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우주 관련 핵심 기술을 한데 모아 '스페이스 허브'란 이름의 새로운 팀에서 전담한다. 스페이스 허브의 초대 팀장으로 김 사장이 방향키를 잡았다.팀에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이 합류한다. 그가 태양광, 수소 등 에너지에 이어 한화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우주·방산 사업에서 중책을 맡으면서 또한번 경영능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김 사장이 우주 사업을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그룹의 대대적 투자와 계열사 간 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화는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초 국내 최초의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약 30%를 취득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 산업의 시장 규모가 민간기업 주도 아래 2040년 약 1조1000억 달러(약 1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장남 김 사장이 화학·방산 계열사 전반을 이끌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 계열사를, 3남 김동선 상무보는 건설 사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구자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동휘 E1 전무(최고운영책임자)도 LS네트웍스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다. 구 전무가 그룹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를 맡는 것은 'LS 3세'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처음이다. LS네트웍스 최대주주는 E1이다. -
구 전무는 2012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 2013년부터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 차장, 중국 산업자동화 사업부장, LS 밸류 매니지먼트 부문장 등을 거쳤다. 올해부터 E1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구 전무가 그룹 내에서 쌓은 경험과 사업가치 진단 및 운영 능력 등을 E1에도 적용해 차세대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구 전무는 올해 들어 ㈜LS 지분을 계속 매입하며 2.21%에서 2.9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LS그룹 2세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3.63%) 다음으로 높고, 3세 중 가장 많다.SK네트웍스 최성환 사업총괄도 경영 전면에 등장한다. 아버지 최신원 회장의 구속 기소에 따른 경영 공백과 미래 전략 수립 등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 39세인 그는 중국 푸단대(중국어학)와 런던비즈니스스쿨(MBA)에서 공부했다. 2009년 그룹에 입사한 후 SKC 회장실 담당 임원과 SK사업지원담당, 글로벌사업 개발실장, SK BM혁신실 임원 겸 SK네트웍스 기획실장 등을 거치며 경영 보폭을 넓혀 왔다.최 총괄의 전면 등장은 SK家 3세 경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 총괄이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 회장이 구속된 만큼 박상규 사장과 함께 SK네트웍스의 사업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 3개 직책을 겸임하고 있다.그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이자 초대형 오일메이저 아람코와 손잡고 대규모 수소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정 부사장이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임하며 그룹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오너가 여성 3세 경영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7년 3월 상무대우로 임원 승진한 데 이어 그해 11월 상무로 한 차례 승진했다. 이후 3년 1개월 만에 부사장 대우에 오르면서 경영 관여도가 깊어졌다. 그가 이끌던 부서도 확대 개편돼 이번에 맡은 보직은 브랜드전략실장이다.이외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전 회장이 2018년 말 회사를 떠난 후 4세 경영의 과도기 상태에 놓였다. 다만 최근 1984년생인 장남 이규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선임되며 경영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86년생) 씨도 일본 롯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곳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세운 회사이자 롯데그룹의 모태로, 일본에서 과자·빙과류를 생산하는 업체다.재계 관계자는 "재계 3세 경영인들은 강한 리더십을 선보이면서도, 조직 문화에서는 탈권위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을 중시한다"며 "이들은 자신이 익힌 '혁신 DNA'를 기업에 이식해 퍼스트 무버로 바꿔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30대 중후반인 이들은 비교적 근무경험이나 업력이 부족해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시도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려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