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담배 수년새 급증… 담배 총 판매량 중 38.4%KT&G, BAT 등 담배회사들 가향 담배 신제품 출시"소비자 기호에 따라 가향 담배 성장세 계속될 것"
  • 캡슐을 터뜨리고 한 모금 빨아들이면 싸한, 시원한 향이 입안을 맴돈다. 이렇게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담배에 설탕, 멘톨 향 등을 첨가해 만든 담배를 ‘가향 담배’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제품에 미세 캡슐을 도포하거나 필터에 향을 넣어 내장하는 이른바 ‘캡슐 담배’까지 가향 담배로 본다.

    이렇게 향을 첨가한 담배 판매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와 달리 국내에서 가향 담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수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향 첨가물질 캡슐을 사용한 담배의 제조 및 수입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하자는 논의는 21대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김명연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1년 만에 해당 상임위원회 소위에 회부 됐으나,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채 20대 국회 만료로 폐기됐다.

    가향 담배 판매 금지에 찬성하는 측은 가향 담배의 맛과 향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거부감을 줄여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을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흡연자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국민 흡연자 인식 조사’를 했더니 청소년 중 62.7%가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9.6%는 캡슐 담배가 흡연 시작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가향 담배 판매 비중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담배 시장 규모가 정체됐음에도 가향 담배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가향 담배 비중은 2011년 6.1%에서 지난해 38.4%로 급증했다. 연초(궐련) 흡연자 10명 중 4명이 가향 담배를 태우는 셈이다. 캡슐 담배 역시 같은 기간 1.6%에서 30.6%로 대폭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시장에서 특정한 향을 내는 담배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멘톨 담배를 비롯한 가향 시가류에 대한 판매 금지안을 내년까지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심명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담배 맛을 개선하기 위해 가향물질이 첨가된 담배 제품은 비흡연자의 호기심을 유발하여 흡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뿐 아니라 담배 유해물질의 흡수성을 높임으로써 중독 가능성과 암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담배 제조사들은 냄새저감, 저자극 트렌드에 따라 신제품을 출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가향 담배의 인기가 높아지자 KT&G를 비롯해 BAT코리아 등 국내·외 담배회사들은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저자극 궐련 신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KT&G는 지난 2019년 냄새 저감 기술 전담 연구센터 ‘스멜(smell·냄새) 케어 센터’를 통해 냄새 저감 제품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총 30종에 가향 담배 제품군을 판매 중이며, 전체 궐련 제품 중 약 40%가 가향 담배다. BAT코리아도 지난해 국내 최초 캡슐 담배였던 ‘켄트’를 재출시한 이후 올해부터는 던힐 브랜드에도 다양한 가향 캡슐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JTI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전자담배 ‘플룸테크’를 단종시키고 가향 담배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캡슐을 터트리면 입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줄여주는 LBS(Less Breath Smell) 기술이 적용된 담배 9종을 구축하고 있다. ‘담배 연기 없는 미래(Smoke-free Future)’를 회사의 비전으로 내세웠던 필립모리스 역시 최근 1~2년간 가향 담배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가향 캡슐 담배 출시로 연초 담배 특유의 냄새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점점 더 확산되는 추세”라며 “불쾌감을 주는 냄새는 줄이고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맛은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가향 캡슐 담배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