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및 내년 대선 앞두고 금융당국·정치권 공세 예고카드사들 이미 신용결제 부문 적자, 수수료로 이익 없는 상태비용절감 등 마른수건 짜서 힘들게 이익 내봐야 수수료 인하 빌미카드노조협의회, 적격비용 재산정 폐지·빅테크 동일규제 적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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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마다 이 시기가 되면 카드사들은 죄인이 된다.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카드사=甲', '자영업자=乙' 프레임을 씌우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280만개에 이르는 만큼 민심을 달래거나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수수료 인하가 악용되는 탓이다.

    올해도 이 같은 움직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졌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정치권이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결제 부문이 이미 적자라는 점이다. 더 이상 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전체 96%의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카드사 입장에서 적자가 된다. 부가가치 세액공제제도를 감안하면 약 92%의 가맹점이 세금을 환급받거나 카드수수료의 실질적 부담이 0%에 이른다.

    그럼에도 지난 12년간 13번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뤄졌다. 카드사들은 갑이고, 자영업자들은 을이기 때문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거스를 수 없었다.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2015년, 2018년에 이어 3년마다 진행되는 가맹점 수수료 적격 비용 재산정은 3년치 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향후 3년간 적용될 수수료를 정하게 된다.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와도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이 최종 협의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금융당국의 의지대로 결정이 난다. 수수료 인하는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셈이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는 카드사 실적이 호조를 보인만큼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논리는 뻔하다. 코로나 시국으로 서민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이익을 낸 만큼 자영업자들을 위해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들은 억울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맹점 수수료로 이익을 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황형 흑자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얻어낸 성과여서 그렇다. 카드론 대출 증가, 연체율 개선으로 대손비용 감소, 마케팅 및 프로모션 비용절감, 자동차금융 등 수익 다각화 노력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소명한다.

    허리띠를 졸라 메서 힘들게 이익을 내봐야 결국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빌미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참다 못한 카드산업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카드노조협의회를 만들어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카드노조협의회는 신한·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등 7개 전업 카드사(삼성카드 제외) 지부가 함께 출범한 공식 협의체다. 이들은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빅테크에 대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우대수수료율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카드사들을 자영업자들의 수수료를 뜯어가는 악덕으로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 카드산업이 기형적인 구조로 고착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카드 수수료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카드사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버리는 것부터다. 카드사와 자영업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수수료 책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