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높아 수출규제 살폈어야"…野 "정부 무능이 초래"글로벌 공급망 부족 사태…"요소수 대란은 빙산의 일각"'美·中 갈등' 개선여지 없어…"기업들 취약한 공급망 살펴야"
  •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처를 알아보려고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시장 불안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정부의 늑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 사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으로 가속화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미·중 간 기술패권 다툼이 심화하고 있어 언제든 제2, 제3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요소수 품귀 사태의 배경과 정부의 대응책, 재발 가능성 등에 대해 총정리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 요소수 품절 안내.ⓒ연합뉴스
    ▲ 요소수 품절 안내.ⓒ연합뉴스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에 숨통이 트여갈 조짐이 보인다. 외교부는 10일 "중국산 요소 수입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과 소통한 결과 우리 기업의 기존 계약물량 1만8700t에 대해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우리 기업이 수출 전 검사를 신청한 일부 요소 물량의 검사가 완료됐다는 것도 중국 현지 공관에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수출검사 신청 물량은 7000t쯤으로 전해졌지만, 이 중 검사 완료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요소수에 들어가는 요소 함량은 30%쯤이다. 1t의 요소로 3t의 요소수를 만들 수 있으므로 우리 기업의 기존 계약물량은 요소수 5만6100t을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시장은 연간 28만t 규모다. 이 중 국내 경유 자동차에 사용되는 물량은 한달에 2만4000∼2만7000t쯤으로 추정한다. 계약물량이 정상적으로 들어온다면 2∼3개월은 쓸 수 있는 양이다. 요소수 대란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 국무회의.ⓒ연합뉴스
    ▲ 국무회의.ⓒ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늑장 대처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수 품귀 현상과 관련해 "이번 사태는 결국 해결될 거로 보이지만, (정부는)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정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면서 "중국이 6개월 전부터 호주와 무역 갈등을 빚었고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때문에 중국 내 전력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요소는 석탄에서 뽑아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가 경유차 비중이 크고 요소수의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예측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도 아니고 한마디로 예측 시스템이 부재했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관성에 대한 모니터링만 이뤄졌어도 늑장 부리지 않고 좀 더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요소수 품귀 사태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질책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 회의에서 "요소수 대란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하고 안이한 대응이 초래한 예견된 인재"라며 "지난달부터 중국이 요소 등의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했을 때 우리나라는 중국 외 수입처 다변화 조치를 기민하게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호주·베트남 요소수 수입 등 대응 방안을 발표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백신부터 요소수 수급난까지 사후약방문식 대응"이라고 쏘아붙였다.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한 늑장대처 지적에 자세를 낮췄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늦은 대처고, 국가의 위기관리 인식이 안일했다는 평가가 있다'고 묻자 "초기에 적극성을 띠고 했다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아프게 반성한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략물자로 관리하고 비축한 것 외에, 이번처럼 사회 곳곳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품목이 80여개가 된다고 파악했다"며 "자원안보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국가 전체가 상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요소수는 현재 비축물자로 지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 ▲ 2017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 2017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문가들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촉발하면서 언제든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 황경인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일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또다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품목별로 상황도 달라 단기적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수입선 다변화,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 노력 등을 통해 일부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기술패권 다툼으로 확전하는 양상이고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어서 당분간 현재의 공급망 분위기와 보호무역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도 중장기적으로 핵심 부품·소재 등에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도 "세계적으로 공급망 교란의 문제 꽤 있어서 언제든 제2의 요소수 품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미·중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중요한데 특별한 개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상당 기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요소수에 이어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등이 '제2의 요소수'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그네슘의 경우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로 생산을 줄이면서 지난 9월 가격이 한때 t당 7만 위안(약 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7월 중순 1만9000위안(약 352만원)보다 2개월 만에 3.7배나 뛴 것이다.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스마트폰·배터리 등의 소재로 쓰인다.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그네슘(마그네슘잉곳)을 전량 중국에 의존한다.

    알루미늄도 사정은 비슷하다. 알루미늄은 중국 정부의 생산 통제로 지난달 가격이 t당 3000달러(약 356만원)를 기록했다. 13년 만의 최고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산지다.

    건설현장·생활용품 등에 쓰이는 실리콘도 불안하다. 중국 내 생산 축소로 원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은 지난달 6만1000위안(약 1130만원)까지 올랐다. 8월 초 1만7000위안(약 315만원)보다 3.6배 값이 뛰었다. 한국무역협회 설명으로는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31.3%에 해당하는 3941개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최대 4배 이상 많았다. 김 교수는 "이번 요소수 사태는 빙산의 일각으로, 수백가지 시한폭탄이 존재한다"며 "특히 중국은 (정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국가여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특정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일부 물량은 '전략물자화'해 채산성이 낮더라도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요소수의 경우 2011년까지 국내업체(옛 한국비료)가 생산을 했으나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사업을 접었다. 정부는 2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불화수소 등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해선 국산화 등을 통해 공급망 관리에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에서 "국제 분업 체계가 흔들리고 물류병목 현상과 저탄소 경제전환이 가속하는 산업 환경의 변화 때문에 공급망의 불안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위협요인이 됐다"며 "지금까지는 첨단기술 영역 중심의 전략물자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품목까지 관리범위를 넓혀달라"고 주문했다.
  •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을 상대로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발 수출 규제로 요소수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중국 정부가 몰랐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국영 청두(成都)TV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선냐오즈쉰(神鳥知訊)은 지난 9일 "(한국은) 석유화학 산업 강국으로 요소를 생산할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국가 경제, 국민 생활과 관련된 중요한 전략자원을 자급자족하거나 비축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특정 분야 위기를 겪는 것은 자업자득으로, 중국과 무슨 관계냐"고 반문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반도체 위기를 거론하며 과거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는 지난 7일 미·중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한국의 선택을 압박할 카드로 이번 사태를 해석하는 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을 쓴 논객은 한국이 가진 반도체 생산 능력은 미국은 물론 중국에 대해서도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뒤 "이제 중국은 상황을 반전시켰다"며 한국이 요소수 문제에서 중국에 급히 협조를 요청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이광재 외교통일위원장과 만나 "한국 시장에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것은 중국도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신현영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싱 대사는 이번 수출제한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며 "(중국)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