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외업종 1% 특별융자 2兆 공급""94만업체에 두달간 전기료 50%·산재보험료 30% 등 20만원↓""승용차개소세 인하 내년 6월까지 연장… 高물가 부채질 우려"
  • ▲ 휴업.ⓒ연합뉴스
    ▲ 휴업.ⓒ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 소비 살리기와 민심 달래기 등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다. 코로나19(우한 폐렴) 방역에 따른 영업제한으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초저리 특별융자와 전기료 반값 할인 등 12조7000억원 규모의 민생대책을 추진한다. 내수진작을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도 내년 6월까지 추가 연장한다.

    다만 일각에선 내수 진작책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역효과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행·숙박 관광기금 융자 금리 최대 1%p 인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초과세수 등을 활용해 12조7000억원 규모의 민생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번 대책에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비보상 대상업종 맞춤지원, 고용 취약계층 지원, 서민 물가안정·부담 경감, 돌봄·방역 지원 등을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소상공인의 경우 손실보상 제외(비대상) 업종에 초저금리 대출지원 등 맞춤형으로 9조4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올 3분기 손실보상 부족재원 1조4000억원 지원까지 합쳐 총 지원 규모는 10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인원·시설 이용 제한 등 손실보상 제외업종에 대한 융자지원은 총 2조원 규모로, 역대 최저인 1.0% 금리로 2000만원까지 '일상회복 특별융자'를 제공한다.

    홍 부총리는 "인원·시설 제한업종 중 매출 감소 업체 14만개, 손실보상 대상 80만개 포함 94만여개 업체에 대해선 다음 달과 내년 1월 2달간 전기료 50%와 산재보험료 30%를 최대 20만원까지 깎아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숙박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기금 융자의 경우는 내년 대출잔액 3조6000억원 전체에 대한 금리를 한시적으로 최대 1%포인트(p) 내리고, 신청 때부터 1년간 원금상환 유예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구직급여 지원재정 1조3000억원 보강 △내일배움카드 지원대상 6만5000여명 확대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지급단가 11만8000원으로 인상 등 1조4000억원 규모의 서민 부담 경감대책도 시행한다.

    아울러 △채소류 계약재배 등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 △1만5000명 대상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보건소 코로나 대응 인력 2000여명 지원 등 생활물가 안정과 돌봄·방역 대책도 병행한다.

    재원은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으로 더 걷힌 세금과 국회에서 이미 확정한 기정예산 등 12조7000억원 플러스알파(+α) 규모다. 홍 부총리는 "19조원의 초과세수 중 40%쯤의 교부금 정산 재원 7조6000억원을 제외하면 11조∼12조원이 남는다"며 "이 중 5조3000억원은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고 2조5000억원은 국채시장 안정과 재정건전성을 위해 국채물량 축소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 외는 내년으로 넘어가 국가결산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부연했다.
  • ▲ 수도권 학원 집합 금지 행정명령 철회 촉구 궐기대회.ⓒ연합뉴스
    ▲ 수도권 학원 집합 금지 행정명령 철회 촉구 궐기대회.ⓒ연합뉴스
    정부는 아울러 소비 진작 차원에서 올해 말 일몰 예정이던 승용차 개소세 인하를 내년 6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차량을 사고 출고 시점이 내년 상반기인 소비자도 인하 혜택을 볼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승용차를 사면 개소세, 교육세(개소세액의 30%),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차량 구매 촉진을 위해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1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승용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30% 내렸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상반기에 인하 폭을 70%로 조정해 개소세를 1.5%까지 낮췄고, 하반기에 인하 폭을 30%로 되돌리긴 했으나 인하 조치는 올 연말까지 유지했다.
  • ▲ 승용차 개소세 인하 연장.ⓒ연합뉴스
    ▲ 승용차 개소세 인하 연장.ⓒ연합뉴스
    ◇高물가·인플레이션 우려에 내수 부채질

    일각에선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내수 촉진을 통한 경제성과 챙기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성난 소상공인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게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는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분기 대비 0.3%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지만, 일각에선 경기 하강 위험을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3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전망치가 전달(100.6)보다 0.3p 떨어진 100.3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SI가 기준선인 100을 넘겨 아직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지만, 한경연은 BSI 전망이 10월(103.4)부터 2달 연속 내림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 전망치는 기준선을 밑도는 96.5로 11월(96.5)에 이어 2달 연속 부진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해 좀 더 나은 경제 성적표를 받기 위해 내수를 부양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지난 4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4분기 경기 반등 폭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견조한 수출 증가세를 위한 지원은 물론 내수 활력 복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진작책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내수 활력 유도정책이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물가 상승은 서민 생계비 가중으로 이어져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 기준)로 1년 전보다 3.2% 올랐다. 2012년 1월(3.3%)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3일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7%로 1달 새 0.3%p 올랐다. 이는 2017년 1월(0.3%p) 이후 4년10개월만에 가장 컸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세,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사실상 외통수에 걸린 물가보다 내수 살리기에 치중해 경제 성적표를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 ▲ 물가 비상.ⓒ연합뉴스
    ▲ 물가 비상.ⓒ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