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비합리적 세제 완화… 대대적 방향 전환 예고"법제화 필요한 경우 여야 협치 필수… 선제적 조율도 필요""성급한 규제 완화, 가격 자극 우려… 상승 대비책도 마련해야"
  • ▲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새 정부의 주택 정책은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등 시장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세밀한 계획을 제시하고 여소야대 같은 정치적 현실을 고려해야 시장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과도한 시장 원리 회복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나 세제 개편 등 시장 원리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각종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시장을 직접 통제하려고 해 실패했다고 날을 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후보자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택시장의 안정은 수요와 공급, 심리, 정책의 균형 속에 이뤄진다는 원칙을 잊지 않겠다"며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 시장 기능을 회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책으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 등 과도한 규제들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재과열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시기를 두고 시행 시점을 조절하는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문 정부에서는 규제 중심의 정책이 공급 축소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유발됐다"며 "윤 정부는 공급 확대 의지를 피력하는 데다 민간의 자율성도 존중하려 하는 만큼 방향성은 틀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에 대한 부분을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남발할 여지가 있고, 가격이 상승할 때 규제로 막으려는 시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조율해 부동산 가격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다주택자만 규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거시적 안목으로 함께 성장할 정책이 필요하다"며 "주택 수급을 시장 자율 경제에 맡겨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적 보완책을 마련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여소야대 같은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경영과 교수)는 "법제화가 필요한 정책이라면 민주당과의 설득을 통해서 협치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임대차3법 전면 폐지의 경우 동의를 얻을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절충안을 제시하고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차3법은 '2년+2년'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계약 후 30일 내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한 전·월세 신고제를 골자로 한다. 서진형 공동대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2년+1년'으로 하고 전월세상한제는 일정 가격 이하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예시로 제안했다.

    반면 시장 중심의 정책 기조가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규제 완화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시장 경제만을 너무 추구하다 보면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적시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성급한 규제 완화는 가격 상승을 부추겨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교수는 단기적으로 시급한 정책으로는 세제 개편을 꼽았다. 각종 세제의 과세 기준일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도 매도 물량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2017년 말에 임대사업등록을 활성화하는 정책으로 160만가구 이상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이들은 사업 기간 주택을 팔지 못한다"며 "임대 기간이 끝나고 1년 이내에 매각할 땐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효선 수석위원도 가장 시급한 부동산 정책으로 세금과 함께 대출 정책을 꼽으며 "부동산 관련 세제 가운데 양도세 중과 유예를 한시적으로 시행하지만, 정책적 불확실성과 대출 규제로 매수자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 시그널을 신뢰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