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기준 없어, 은행 자율에 의존""내부통제 엮는건 가혹""대상 표준화, 발굴기법 진화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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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조원에 이르는 수상한 외환거래에 대한 은행권의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

    현장검사를 진행중인 금감원이 일찌감치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한바탕 책임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들이 외환거래시 지켜야할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지만 현행 법규상 관련 위법성이나 부실 판단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외환거래시 준수해야 하는 외국환거래법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자금세탁 행위가 의심되는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했는지부터 신규 고객 등에 대한 고객 신원 확인, 외환 거래 업체로부터 거래 사유와 금액 등에 대한 입증서류를 받아 정상 거래인지를 확인했는지 등이다. 

    금융당국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의심금융거래(STR)에 대한 통일된 기준 없이 '자율'에 의존하고 있어 다툼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FIU 관계자는 “은행이 보고해야 하는 의심금융거래 대상 유형을 금융당국이 안내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고, 의심금융거래 도입 취지상 금융사별 결정에 따라 불법성자금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은행의 STR 이행 등 특금법 위법 여부 판단이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도 “가상자산이나 자금세탁 등의 범죄유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 외환거래시 의심금융거래를 판단하는 기준도 수시로 추가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에게만 의심거래보고 판단이나 자금세탁방지 대응능력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최근 STR 의무보고 대상 기준과 유형을 깐깐하게 재정비해 영업점에 안내하고 있다. 

    설립이 얼마되지 않은 외환거래 업체가 거액 또는 다건의 송금거래를 하는 경우나 자본금 대비 과도한 송금, 사무실에 실제 업무 수행을 하는 직원이 없는 경우 등을 구체화했다.

    이번에 불거진 수상한 송금행위가 이런 방식을 악용해 벌어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은행의 내부통제 소홀 지적도 만만치 전망이다.

    은행이 외환거래 업체에 대해 현장실사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형편에 업체가 돈의 출처를 작정하고 숨긴다면 이를 알아차리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수상한 금융거래 분석과 발굴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 적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의심금융거래보고 대상의 유형을 세분화, 표준화하고 금융사와 금융당국이 공조해 의심거래행위를 발굴해 나가는 기법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