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득 향상-탄소중립 기여 ‘일거양득’… 악천후 피해 감소 '그림자 효과'도국내 농경지 5% 설치 시, 인구 90% 연간 사용 전력 생산한화큐셀, 영농형 태양광 특화 친환경·고내구성 인증 모듈 제작농지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 고작 8년… 농지법 개정 필요성
  • ▲ 경상남도 함양군에 위치한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 전경. ⓒ한화큐셀 제공
    ▲ 경상남도 함양군에 위치한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 전경. ⓒ한화큐셀 제공
    농지에서 농산물 생산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농촌의 새 살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과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1일 경상남도 함양군 소재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에서 영농형 태양광 설명회를 진행했다.

    기동마을 발전소는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 농민의 농지를 임대하고 약 100kW(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한 곳으로, 연간 약 15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 발전소는 한국남동발전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2019년 4월에 준공됐으며, 전력 판매 수익금은 마을회관 보수, 공동 CCTV 설치 등을 위한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농지에서 농작을 멈추고 발전만 진행하는 일반 농촌 태양광과 달리,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생육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여분의 빛을 사용해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다. 

    모듈의 크기와 배치, 각도 등을 조절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이 공급되게 하면서 남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벼의 광포화점은 50klus(킬로럭스)로 이를 초과하는 태양광은 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 추수 작업 중인 농부 모습. ⓒ한화큐셀 제공
    ▲ 추수 작업 중인 농부 모습. ⓒ한화큐셀 제공
    성인 남성 키 2배 이상 높이에 설치된 모듈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하부 농지에서의 농경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된 것으로, 토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철거가 용이한 구조물을 사용했다고 한화큐셀 측은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의 환경안정성과 농경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남동발전과 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실증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토양에서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다른 토양 물질들도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은 비교 부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찰됐다. 작물 수확량도 기존 농지와 비교해 최소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폭염, 폭우, 냉해 등 악천후에 따른 농작물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그림자 효과'도 있다. 이날 기동마을 발전소를 찾은 영남대학교 정재학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이 물 증발을 막아 토지의 습도를 유지해 가뭄을 예방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추운 공기의 흐름을 막아 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MIT)에서 2016부터 2년간 진행한 실증 사업 결과, 일반적인 시기에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의 작물 생산량이 일반 노지 대비 낮았지만, 무더위가 심했던 2016년에는 작물의 생산량이 일반 노지 대비 높게 나왔다.
  • ▲ (왼쪽부터)태양광 발전 수익을 통해 마을 공동 CCTV를 설치하고 마을회관 지붕을 도색하는 모습. ⓒ한화큐셀 제공
    ▲ (왼쪽부터)태양광 발전 수익을 통해 마을 공동 CCTV를 설치하고 마을회관 지붕을 도색하는 모습. ⓒ한화큐셀 제공
    영농형 태양광은 생존위기에 처한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영남대학교 정재학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kW 규모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1322만원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면적의 농지(약 700평)에서 벼 농사를 지을 경우 기대되는 연간 농경 소득인 약 240만원의 3~5배 이상이다.

    나아가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 및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해 5월에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농지 면적 총 1만5760㎢(약 160만ha)의 5%에만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도 약 34GW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이는 국내 총인구의 90%가 넘는 약 4800만 명이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또 우리나라의 지난해 태양광 신규 보급량이 4.4GW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8년간 신규로 보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에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S인증 중에서도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다.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국내 다양한 실증 단지 등에 영농형 태양광 모듈 납품 및 설치도 완료했다.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유재열 전무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책"이라며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한 모듈을 제작, 공급하여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한편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 ▲ 기동마을 발전소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 ⓒ한화큐셀 제공
    ▲ 기동마을 발전소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 ⓒ한화큐셀 제공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농작물 보호시설로 규정하고 매년 15MW 설치를 목표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 회복 및 복원 계획을 위한 지원금을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영농형 태양광을 가장 활발하게 보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모듈 하부에서 농경을 지속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20년간 발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제도적 걸림돌이 존재한다. 농지법이 대표적이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 하에서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장 8년에 불과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수명이 약 25년 이상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이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 발전 단가(LCOE)를 올려 재생에너지 전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지난해 11월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동마을 발전소의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은 "발전소 수익금으로 마을의 행정업무를 보완하고 복지 혜택을 늘려 주민 만족도가 높다"며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책 등을 더욱 늘려 주민들의 편의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촌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