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5%만 활용해도 석탄화력발전 32기 수준농사-태양광 발전 병행… 효율적 국토 활용 및 농가 소득 확대발전자회사-연구시설 등 R&D 박차… 그린뉴딜 맞물려 국회도 장려 나서
  • ▲ 영농형태양광 발전소 작물재배. ⓒ한화큐셀
    ▲ 영농형태양광 발전소 작물재배. ⓒ한화큐셀
    태양광 설비 하부 농지를 이용한 영농형 태양광이 영농 수익과 함께 부가적으로 전력 판매수익도 얻을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과 탄소 절감 등 친환경 발전인데다 전체 농경지의 5%만 활용해도 석탄화력발전소 32기 용량의 발전이 가능하다. 이에 국내외 에너지업계에서는 R&D 등 공을 들이고 있다.

    16일 한화큐셀 등에 따르면 부지가 태양광발전소 용도로만 쓰이는 기존 육상 태양광과는 달리 영농형 태양광은 태양광 발전을 농지 상부에서 진행하고 농지 하부에서 작물재배를 병행한다. 즉 농지를 유지하면서 태양광발전까지 할 수 있어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농업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는 등 영농 여건이 지속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생산 수익과 함께 부가적으로 전력 판매수익도 얻을 수 있어 농촌경쟁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국내 전체 전력량의 20%로 설정함에 따라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에서 농사와 태양광 발전의 병행이 가능한 이유는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광합성량을 보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의 생육의 최대 필요 광합성량의 임계치인 광포화점을 초과하는 빛은 작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이를 태양광 발전에 이용한다.

    벼의 경우 광합성을 위해 50K㏓(킬로럭스)의 조도에서 하루 5시간 정도의 빛을 필요로 하는데, 해당 양을 초과하면 더는 빛을 광합성 하는 데 쓰지 않는다.

    때문에 영농형 태양광의 핵심은 태양광 모듈의 크기와 배치를 조절해 농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을 유지하며 전기를 생산하는데 있다.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하도록 기존 육상 태양광 모듈 크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소형 모듈을 제작했다. 이 모듈은 태양광 하부의 음영을 최소화해 농작물이 필요한 광합성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양기, 콤바인 등 경작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보통 영농형 태양광은 토지에서 3.5m 위에 설치된다. 이는 농사에 필요한 기계가 태양광 하부를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육상 태양광보다 모듈이 높게 설치되는 만큼 작은 모듈을 사용해 구조물의 하중을 줄여 안전성을 높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발전자회사와 연구시설 등을 중심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집을 보면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가 추산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실험 사례는 16건이며 식량과학원, 녹색에너지연구원, 발전자회사, 농업법인 등의 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남동발전과 국립경남과학기술대는 2017년부터 6곳에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보면 영농형 태양광 하부의 농작물 수확량은 기존 농지와 비교해 최소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토양에서 카드뮴이나 수은 등 중금속 물질도 검출되지 않았다. 생산된 쌀 역시 잔류농약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른 토양 물질들도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은 비교부지와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관찰됐다.

    남동발전은 한화큐셀과 최근 경남 남해군 관당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시범단지에서 벼 추수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행사에는 영농형 태양광 모듈을 제공한 한화큐셀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주민참여형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지원한 남동발전, 녹지를 제공한 관당마을 사회적 협동조합과 시공협력업체인 클레스(KLES) 관계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남동발전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지어진 6개 시범단지 중 한 곳인 이 발전소는 지난해 6월 설치됐다. 용량은 100㎾ 규모로, 발전소 수익금은 마을발전기금으로 사용한다.
  • ▲ 한국동서발전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실증단지. ⓒ한국동서발전
    ▲ 한국동서발전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실증단지. ⓒ한국동서발전
    동서발전도 지난해 6월부터 영남대 연구팀과 '메가와트(MW)급 태양광 발전 실증단지' 내에서 50㎾ 규모 친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 실증을 연구해왔다.

    이 곳에서 지난해 11월 파종한 보리를 확인한 결과 노지 경작에 비해 117% 높은 생산량과 100%의 낱알 견실도가 확인됐다. 수확물 영양성분 분석 결과도 조단백(12.3%), 조지방(1.4%) 등 4가지 영양성분 항목에서 노지경작보다 우수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국내 최초로 100㎾급 영농형 태양광시설에서 배 재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남 보성군에 위치한 이 시설은 지난해 6월 공사비 2억원 중 75%를 농업인 정책자금 융자지원을 받아 완공했다.

    연간 발전소득은 20년 평균 2736만원으로, 관리비·감가상각비·이자 등을 제외하면 약 1277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논벼 소득을 더하면 1376만원으로, 발전소득이 농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기술원은 태양광시설 하부 경지가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재배법을 개발해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보급하는데 활용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정체된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영농형 태양광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승남 의원은 "전남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영농형 태양광은 벼만 생산할 때와 비교하면 10배 정도의 수익이 더 창출됨을 보여줬다"며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농사용 전기, 농업용 면세우로 타 산업에 특혜시비나 환경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영농형 재생에너지를 통해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영농형 태양광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늘리는 농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효율적인 국토 활용과 농가 상생 그리고 시장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농지법 시행령으로 인해 영농형 태양광이 활성화될 조건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농지법 시행령은 영농형 태양광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최장 8년으로 제한해 8년이 지나면 수명이 절반 이상 남은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대개 태양광 발전소의 수명은 25년 이상이며 공공부지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30년 동안 운영할 수 있고, 일반 태양광 발전소도 20년 이상 운영이 가능하다. 이는 최소 20년 이상 운영이 가능한 발전소를 8년만 운영해 전기생산발전단가(LCOE)를 높이는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업계에서도 효율적인 국토 활용과 농가 상생 등 시장잠재력을 지닌 영농형 태양광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큐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농경지는 약 160만㏊다. 이 중 5%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약 32GW의 전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4인 기준 917만가구가 연간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7월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계획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신규 설치하기로 한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목표인 약 25GW의 130%에 이르는 수치다.

    한화큐셀 측은 "작물 생육에 필요한 광합성량을 확보했고, 농기계 활용을 고려한 설계까지 적용됐다. 실증단지에서 검증된 친환경성까지 갖춰 이미 해외에서도 연구가 활발하다"며 "국내 농경지 5%만 활용해도 석탄화력발전소 32기 용량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농지법 개정을 통해 최소 20년간의 사업기간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