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에 선 피해자 가족들, “억울하고 피가 거꾸고 솟는 심정” 법원 첫 피해보상 판결에 항소한 질병청… 종합감사 전까지 취하 결정 피해보상 국가책임제 무용론 질타… 백경란 청장 답변 태도 도마
  •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 미흡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지적이 이어졌다. 백신 피해를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에 대해 질병관리청이 항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중됐다. 피해자 가족들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백신피해 국가책임제’를 선언했던 정부가 정반대의 노선을 택했다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협의회(코백회) 회장은 “정부가 백신 피해를 보상해도 억울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데, 위로금만 지급하느냐”며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한 학생들의 사례를 일일이 언급하며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건강했고 이상이 없었다”며 “관련 문제는 정부에서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 유가족인 최미리씨도 참고인 자격으로 국정감사장에 섰다.

    최씨는 “지난 1년간 아이들과 저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며 “피해보상 신청 후 120일 안에 반드시 결과를 통지해줘야 하는 질병관리청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묵묵부답이다. 이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 미흡한 백신 피해보상, 개선 촉구 

    미흡한 백신 피해보상과 관련 여야 의원은 한 목소리로 개선을 촉구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 사망자가 2만8553명인데 사망자 보상 8건”이라며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가 있는데 분당 (심의 건수를) 계산해보니 25건에서 38건을 심사한다. 이게 수박 겉핥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같은당 서정숙 의원 역시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의료비 지원 등 일부 성과가 있지만 피해보상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가 재난 시대라서 (백신을) 긴급 승인해준 것”이라며 “원래는 모든 부작용을 다 겪어보고 기저질환자에 대해서는 여러 정보를 줘야 하는데 못했을 경우에는 국가 재난사태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질병청, 피해보상 항소 취하할까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뇌출혈 진단을 받은 남성에게 국가가 피해를 보상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한 질병청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해당 문제는 오는 20일 예정된 종합감사 전까지 복지부와 질병청이 논의해 항소 철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두경 회장은 “멀쩡했던 국민이 정부를 믿고 백신 접종에 참여해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정부는 오히려 항소를 했다”며 “피해보상 심의기준 4-1(근거 불충분)과 4-2(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 사례도 모두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피해 국민을 구제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복지부와 질병청을 향해 항소 철회 여부를 종합감사 전까지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종용했다. 

    정춘숙 복지위 위원장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적 근거를 운운하며 항소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태도”라며 “종감 전까지 논의해서 항소가 철회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백 청장은 “(항소 취하)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역시 “네”라고 말했다.

    ▲ 백경란 청장의 무성의한 답변 도마 

    여야는 백경란 질병청장의 무성의한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소위 ‘유체 이탈’ 화법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며 “본인 업무라면 '파악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지 A를 물으면 B를 답하고 C를 얘기한다”며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가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데 언론에서 봤다고 했다. 질병청장이 맞나”라고 지적했다.

    야당 간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질병청에 대한 질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언론을 통해 주요 국가정책을 봤다는 게 질병청장의 답변이란 것에 많은 의원들의 질타가 있고, 이 정도면 해임촉구 결의안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백 청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을 받으러 온 청장의 말투가 뺀질뺀질하고 책임감도 없다”며 “힘줘서 발언하고 자세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요청했다.

    백 청장의 국감 태도가 계속해서 지적된 것이다. 전날부터 바이오 주식 보유 관련 논란에 맹공을 받은 상황에서 백신 피해보상 논란이 이어지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임명과 동시에 국감장에 나섰지만 우려됐던 전문성 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