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조사…"금리인상 속도조절·규제완화·법인세 감세 등 필요"文정부서 법인세율 상승폭, OECD 최대… 3%p 내리면 중장기 3.39% 성장野, '부자감세' 태도변화 없어…與 "투자·일자리 선순환 만들어져야"
  •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내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득한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조치는 거야(巨野)의 몽니에 막혀 법안 통과가 요원한 실정이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지난달 17~25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국내 투자계획을 물은 결과 응답 기업(100개사)의 48.0%가 투자계획이 없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10.0%, 미정이라는 대답이 38.0%로 각각 조사됐다.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52.0%)의 내년도 투자 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67.3%로 가장 많았다. 올해보다 투자를 축소한다(19.2%)는 응답이 확대한다(13.5%)는 응답보다 많아 전반적으로 투자실적이 부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는 금융시장 경색과 자금조달 애로(28.6%), 원/달러 환율 상승(18.6%), 내수시장 위축(17.6%) 등의 순이었다. 내년 투자를 가로막는 최대 위험요인으로는 세계 경기 둔화(29.1%)를 꼽았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이유로는 미래비전 확보(52.4%), 업계내 경쟁심화(19.0%), 불황기 적극적 투자로 경쟁력 강화 도모(14.3%) 등을 언급했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24.6%), 자금조달시장 활성화(22.0%), 기업 규제 완화(14.7%), 법인세 감세와 세제지원 강화(13.7%) 등을 원했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침체로 접어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경제가 1.7%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2.1%)보다 0.4%포인트(p) 내려잡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인 1.8%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물경기는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0월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산업생산(계절조정)은 전달보다 1.5%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타격이 본격화했던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19에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은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4.0% 급감했다.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실적이 30%쯤 감소한 게 컸다.
  • ▲ 법인세 공청회.ⓒ연합뉴스
    ▲ 법인세 공청회.ⓒ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기업 투자를 유인할 당근책인 법인세 인하는 처리가 요원한 실정이다. 전경련이 지난달 23일 내놓은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1%p 내리면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은 5.7%p 증가하고 고용은 3.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도 지난 10월4일 발간한 KDI 포커스-'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3%p 내리면 경제 규모가 단기적으로 0.6%, 중장기적으로 3.39%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25%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도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27일 OECD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법인세 유효세율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017년 21.8%에서 지난해 25.5%로 5년간 3.7%p 올랐다. 이는 과도한 물가상승률로 통계에서 제외된 튀르키예(터키)를 뺀 OECD 37개국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세율 순위는 2017년 중위권인 18위에서 지난해 상위권(9위)으로 뛰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라는 기존 입장에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법인세 감소가 고용이나 투자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 불확실해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옛날 (미국) 레이건 대통령 집권 때 법인세를 낮춰 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선순환을 통해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때도 법인세를 인하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기가 회복돼 박근혜 정부에서 한 30조원씩 세금이 더 들어왔던 재원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 들어 몇 차례 추경까지 한 일이 있다"고 민주당의 전향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법인세 등 세법 개정안은 내년도 세입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지정됐다.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때 이들 법안도 자동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여야는 예산안 법정처리시한(2일)을 넘기도록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