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등 대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8→15% 개정안 제출野 '재벌 특혜' 억지 프레임 여전… 2월 임시국회 통과 난망세계 각국 투자·유치경쟁 치열… 美, 25% 세액공제 등 적극 구애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감에 적자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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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산업계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수적 우세를 앞세운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어깃장을 놓으면서 우리나라의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단 목표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조특법 개정안은 반도체, 배터리(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이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에 대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20%로 올리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에 막혀 8%로 상향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이 글로벌 경쟁국들의 세제 지원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리게 됐다.

    문제는 야당이 여전히 딴죽을 건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가 많은 법안을 제출했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조특법 개정안 추가 제출은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8%로 상향한 세액공제 제도를 정부가 또 다시 들고나오는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투자를 촉진한다는 법안 제도 취지는 좋지만, 사실상 90% 매출을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특혜 법인세 감세 법안"이라고 했다.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에 야당이 반대하면서 정부와 업계는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주요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준비되지 않은 곳들은 초일류기업을 유치하는 등 투자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초일류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과 경쟁이 치열하다"고 호소했다.
  • ▲ 미국 상무부 ⓒ연합뉴스
    ▲ 미국 상무부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반도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사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적자를 맞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1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 10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1분기부터는 적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만 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미국은 반도체 시설투자에 25%의 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자금 14조 원을 지원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22조 원쯤)를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인텔도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26조 원쯤)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다음 주부터 총 390억 달러(50조 원쯤)의 반도체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고 밝히는 등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을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각국의 반도체 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역시 첨단공정에 대한 법인세를 10년간 면제해주며, 대만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5%, R&D 투자에 대해선 25%의 세액공제에 나섰다. 일본은 자국기업 뿐 아니라 해외기업도 일본에서 반도체를 10년 동안 생산하면 설비 투자금액의 3분의 1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혜택을 들고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야당에서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면 대기업이 혜택을 본다고 하지만, 이는 세계적인 조세경쟁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반도체는 국가 간의 경쟁인데다, 적기에 투자를 해야 한다. 이런 경쟁구도는 반도체 기업을 가진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 특정한 국가들만 하는 경쟁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비교해선 안 된다. 국가 간 조세지원을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