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KDB생명 실사구주·신주 합쳐 1조 가량 소요 전망28일 신종자본증권 발행 흥행, 6760억 완판실사 결과 따라 롯데손보, ABL생명 저울질 가능
  • ▲ 하나금융ⓒ뉴데일리DB
    ▲ 하나금융ⓒ뉴데일리DB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에 본격 착수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매각해야 할 처지에 몰린 KDB산업은행과 든든한 인수자금을 확보한 하나금융의 눈치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달 말 KDB생명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달부터 실사에 착수한다. 한달여간 실사가 마무리되면 KDB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검토할 계획이다. 매각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연내 거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대상은 KDB생명 지분 92.73% 전량이며 매각가는 2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28일 조건부자본증권(5년 콜옵션) 수요예측을 통해 공매액인 2700억원보다 2.5배 많은 6760억원의 매수 수요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내달 7일 발행일에 최대 4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KDB생명 인수에는 대략 1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투자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올해부터 보험사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서 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KDB생명에 대해 당분간 규제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5000~8000억원을 신주발행 방식으로 투입해야 규제 비율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매매계약 이후 쏟아부어야 하는 예상 자금 수요는 하나금융이 이번 실사에서 유심히 살펴보는 변수다. 만약 KDB생명 재무구조가 시장에서 예상한 것보다 나쁠 경우 추가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번 매각절차는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등과 연합한 전략적 투자가 아닌 하나금융 단독 입찰이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이 절실한 산은 역시 재무구조에 신경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낮추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했다"며 "KDB생명은 매각 도전만 다섯 번째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ABL 생명 등 여타의 매물도 이번 매각절차의 변수다. 우선 ABL 생명 자산규모는 KDB생명(20조원)과 비슷한 수준(19조원)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인수목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생명보험 자회사인 하나생명 자산은 6조원 가량이다. ABL 생명의 1분기 말 지급여력비율은 163.6%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어서는 것도 강점이다. KDB생명은 101.7%에 그친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성사 여부는 결국 가격이 될텐데 원매자인 산은에게는 유리하지 않은 지형"이라며 "헐값 매각이란 비판을 듣지 않는 선에서 성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생명보험 업황이 밝지 않고 외국계 생보사들이 철수하는 등 하나금융이 꽃놀이패를 쥔 것은 맞으나 임기 2년차를 맞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마냥 여유를 부릴 입장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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