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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2025년으로 예정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영계 의견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6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으로 ▲일반요구사항에 대한 공시기준(S1) ▲기후 관련 공시기준(S2)을 확정·발표한 이후 금융위는 동 기준의 적용과 공시 의무화 일정을 담은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구상 중에 있다.

    경총은 “공시주체인 기업들의 의견이 로드맵에 폭넓게 반영될 필요가 있어 경영계 의견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으로 주목받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확정이 당초 계획인 2022년 말보다 늦어졌고, 그 내용도 국가 차원의 공시제도 기반 조성이 충분히 선행되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조기 도입할 경우 산업현장과 자본시장의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판단이다.

    경총은 “ESG 공시 의무화 시기는 제조업 중심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장기간 소요되는 전사 시스템 구축, 협소한 탄소배출 검·인증 시장, 열악한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 관련 IFRS 공시기준은 종속 자회사 뿐만 아니라 실질지배력이 없는 지분법 대상 기업들의 탄소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은 주로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 개도국에 배치되어 있어, ESG 인식 및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도국 현지로부터 당장 신뢰성이 담보된 연결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경총은 기업들이 최근에 확정된 IFRS 공시기준에 부합하는 원천 데이터를 전 세계 사업장에서 주기적으로 집계·검증할 전사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는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고도 주장했다.  

    연결 자회사들의 각 사업장마다 탄소배출 집계 및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은 기술적 설계부터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검증에 이르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린다. 수많은 데이터를 관리할 인력 확보 및 전담조직 신설, 검증체계 마련, 교육·훈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까지 감안하면 3~4년도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국내 탄소배출 인증시장은 향후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협소한 상황이다. ESG 공시 의무화를 조기 시행할 경우 기업의 과도한 초기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현재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 관련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국가는 금융업 중심의 싱가포르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2025년으로 예정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한 3~4년 정도 늦추고, 이 기간에 개도국을 포함한 주요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부와 기업이 세부 공시기준 마련과 시스템 구축 등 충실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