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예상치 하회… 9월 동결 전망 힘 실려이창용 "가계부채 더 늘면 정책대응" 경고 금통위원들 "추가 금리 인상 가능"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동결이냐, 인상이냐.

    한국은행의 8월 기준금리 스탠스가 흔들리고 있다.

    애초 동결 전망이 우세했으나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 달새 6조원 불어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상을 통한 거시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 기조에도 동결 행렬을 이어간 한은의 선택이 주목된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2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있다. 금통위는 올 들어 4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를 3.5%에 묶어뒀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 소식에도 국내 물가 진정세와 경기 불안이 공존하는 상황서 쉽사리 금리 조정에 나서지 못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한미금리차(2.0%p)를 감내하며 원/달러 환율 변동과 외국인 투자금 이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속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한은을 금리 인상으로 내몰고 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43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무려 한달 새 5조9553억원이 불어나 22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고금리 속 위축된 모습을 보이다 지난 4월부터 넉달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증가폭은 점점 불어나 4월 2조2964억원 → 5월 4조1557억원 → 6월 5조 8296억원으로 확대됐다. 

    가계대출의 몸집 불리기 중심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자리하고 있다. 7월 은행권의 주담대 잔액은 전월대비 5조9636억원이나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을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감소하는 동안 주담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서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 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이후 공개된 금통위 7월 의사록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6인의 금통위원 모두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급증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시스텝 안정을 위협하는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 언급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통화정책 방향 간 적절한 정책공조(policy mix)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확대로 연결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특례보금자리론 등은 DSR 규제를 받지 않고 저금리로 대출 활용이 가능하다.  

    한은의 금리 인상 요소로 꼽히던 미국의 통화 긴축은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전일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지난해 같은달 보다 3.2% 오른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전망치인 3.3%를 소폭 하회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달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9월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으나 물가 목표치(2%) 달성까진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장기간 통화 긴축 필요성은 강화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추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일부 내려놓게 됐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지속되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시각인 만큼 8월 회의에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