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 전관 업체 용역계약 중단 지시…사업 지연 불가피특혜 18개사, 3년간 2335억원 '싹쓸이'…50만호 공급 공약 비상'LH 슬림화'도 악재…공사비 인상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안갯속'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 A-3 BL 공공아파트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 A-3 BL 공공아파트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후폭풍이 공공주택 시장을 덮쳤다.

    LH의 전관 특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련 업체와의 용역계약 중단을 지시하면서 '뉴홈' 등 공공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지속적인 공사비 인상에 LH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공공주택 '위기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가 최근 잇단 악재로 '사면초가'에 내몰리면서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지속적인 공사비 인상으로 공공주택 공급은 급격하게 위축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올해 상반기 공공주택 착공 실적은 1713호로, 전년동기 6362호 대비 73% 감소했다.

    공공주택 인허가실적은 임대와 분양을 합쳐 1만9646호로, 전년동기 5만6851호보다 4만호 가까이 줄었다. 특히 공공분양주택 인허가는 7350호로 1년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새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5년간 '뉴홈' 브랜드 공공주택 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50만호 중 34만호는 신혼부부와 청년층, 16만호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공급한다.

    공약을 달성하려면 매년 최소 10만호 이상의 공공주택을 조성해야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사업을 주도해야 할 LH마저 부실공사와 무량판구조 단지 보고 누락, 설계·감리 전관 특혜 논란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50만호 공약 달성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관 업체와의 용역계약 중단은 공공주택 사업의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원희룡 장관은 LH 전관 업체의 용역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국민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아무런 개선 조치 없이 관행대로 용역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LH는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용역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국토부는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원 장관 지시로 당장 대전과 세종의 공공주택지구 설계·감리용역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LH가 전관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던 '관행'을 고려하면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장이 더욱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의원실(국민의힘) 조사 결과를 보면 '철근 누락'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개사는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수주한 수의계약 용역은 총 2335억원 규모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LH가 최근 입찰 결과를 발표한 설계용역 5건과 감리용역 1건도 모두 전관 업체가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한준 LH 사장이 예고한 구조조정도 공공주택 사업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조직 '슬림화'다. 현재 이한준 사장은 핵심 업무인 주택공급만 남기고 주거복지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공급 업무도 LH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약 달성을 위해 한시가 급한 정부가 부실공사와 전관 특혜 의혹 중심에 선 LH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주택공급의 경우 민간건설사 참여를 확대해 LH 권한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식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지속해서 올라 공공주택 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이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건축부문에서 LH의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사업에 선정된 시공사는 한 곳도 없었다. 유일한 CM 사업이었던 '의왕초평 A-4블록'은 건설사들의 무응찰로 유찰됐다.

    하반기에도 △구리 갈매역세권 A-1블록 △충북혁신 B-9블록 △구미 도시재생 혁신지구 B-2블록 등이 발주를 앞두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입찰 참여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공주택을 비롯한 정부 사업은 민간사업보다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되는데 여기에 자잿값까지 더 오르면 수익성이 떨어져 메리트가 없다"며 "게다가 '철근 누락' 사태 여파로 현장 안전관리 비용이 늘어난 것도 또 다른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LH는 공공주택 사업을 포함해 하반기 예정된 8조2000억원 규모 발주 건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잿값 등 공사비 인상 이슈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규정·제도 강화와 구조조정은 실무기관의 '원칙 준수'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특히 표준형 공사비가 적용되는 공공주택 사업은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 품질 향상과 현장 안전관리에 필요한 비용이라면 이를 적절히 공사비에 반영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