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등 해외법인 소유 부정기선 매각예정팬오션 현금 7천억·영업현금흐름으로 1兆 마련자산 유동화로 1兆 충당
  • ▲ ⓒ팬오션
    ▲ ⓒ팬오션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위해 팬오션 선박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HMM 인수가 어려운 만큼 선박매각 등 자산 유동화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IB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상반기 매각예정으로 분류한 선박 2척을 포함해 3~4척 가량의 선박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팬오션의 100% 싱가포르 자회사 팬오션트레이딩앤로지스틱스 등 해외법인이 보유한 부정기 벌크·탱커선이 매각 대상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으로 HMM 인수전에 참여했다. 

    HMM 매각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5조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JKL파트너스와 인수자금을 절반씩 충당한다는 전제 하에 하림이 최소 2조원까지는 조달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하림그룹에선 선대 운영 노하우와 자금력을 갖춘 팬오션이 사실상 HMM 인수 주체로 지목된다. 팬오션의 보유 현금과 연말까지 벌어들일 이익, 선박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 등으로 HMM 인수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팬오션의 6월 말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7381억원이다. 상반기 실질적인 현금유입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345억원을 기록했다. 업황이 둔화한 점을 고려해 하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을 3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면 연내 1조 조달에는 무리가 없다.

    나머지 1조원은 팬오션 선박매각으로 충당이 예상된다. 팬오션은 상반기 기준 301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선대는 시장 상황에 맞춘 탄력적 운용전략에 따라 2019년 173척, 2020년 217척, 2021년 301척, 2022년 268척 등 변화 중이며 노후선 교체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해 선박 1척을 매각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노후선박에 대한 매각예정 자산으로 572억원을 분류해놨다. 매각예정자산을 공정가치에서 매각부대원가를 차감한 순공정가치와 장부금액 중 작은 금액으로 측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매각대금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룹이 HMM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팬오션은 현재 파나막스급(Panamax) 벌크선을 포함해 3~4척의 선박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다운사이클 때 헐값에 사들인 선박을 선가가 상승한 현시점에 판매,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매각 시기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팬오션이 선박매각 대금을 온전히 HMM 인수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더라도 차익을 인수자금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선박을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임대)’으로 운용, 당장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선대는 유지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팬오션 관계자는 “선박을 사고파는 것은 늘 있는 일로, 배를 팔면 다시 사는 데에 투자해 왔다”며 “현재 매각이 예정된 선박들은 내부 사업 계획에 따른 선대교체 작업의 일환으로, HMM 인수자금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림-JKL 컨소시엄은 이달 5일 동원그룹(동원산업), LX그룹(LX인터내셔널)과 함께 예비입찰 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으며 EY한영을 인수 자문사로 선임해 HMM을 실사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주식 총 3억9900만주156주로, 지분율은 38.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