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文정부 통계조작 관련 중간 감사결과 발표장하성 전 실장 등 22명 검찰 수사 요청소득5분위배율 조작하고…"소득분배 개선" 홍보부동산 통계 94회 조작…민간 통계와 3배 이상 차이
  • ▲ 감사원 ⓒ연합뉴스
    ▲ 감사원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효과있는 경제정책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소득과 고용, 집값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탈(脫)원전 수사' 사태가 또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탈원전 수사에 이어 지난 6월 신재생에너지 비리 문제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압박이 가해지는 것처럼, 통계조작의 몸통으로 지목된 국토교통부가 이번에는 그 타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감사원은 15일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교통부 등이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舊 한국감정원)을 압박해 통계를 조작하는 등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 요청 대상은 청와대(대통령비서실) 소속 11명, 국토부 3명, 통계청 5명, 한국부동산원 3명이다. 전임 정부 정책실장인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참모,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국토부 분위기는 암울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통계조작에 관여한 국토부 소속 인물이 김 전 장관, 차관급 2명 등 3명이지만, 청와대로 파견나갔던 국장급 2명도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됐다.

    실무진들은 윗선의 부당한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계조작에 가담한 측면이 커 수사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감사 결과에 따라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통계조작의 주범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되면서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염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소주성 홍보' 위해 통계조작…文 "최저임금 인상, 효과있다"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면 소비가 증대되면서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핵심으로 내세웠던 경제정책이다. 이 같은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22년 9160원으로 41.5%나 상승했고, 이에 대한 경제계와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분명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 ▲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 정책실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감소하자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가중값을 추가해 소득이 높아진 것처럼 조작했다. 과거에는 취업자가 있는 가구에 대한 가중값을 적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임금근로자만 대상으로 가중값을 적용하더라도 소득이 감소하자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에 대한 가중값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가계소득은 2017년 6월 430만6000원으로, 1년 전인 434만7000원보다 1% 인상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2017년 3분기와 4분기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해 근로소득은 감소 추세이지만 증가하는 것처럼 통계를 왜곡했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조작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최상위 20%의 소득점유율을 최하위 20%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결과값이다. 2017년 1·2·3분기 소득5분위배율은 계속 악화됐고 같은 해 4분기에도 1년 전보다 악화된 4.68을 나타냈는데도 4.61로 개선된 것처럼 공표했다.

    청와대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홍보했다. 

    고용 부문에서도 통계조작이 이뤄졌다. 지난 2019년에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과정에서 비정규직 급증이 예상되자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통계청이 병행조사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효과가 35만~50만 명이라고 언론에 설명하도록 압박했다.

    지난 2018년 1분기에는 소득 5분위 배율(5.95)가 발표되자,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통계청에 통계자료를 들고 오라고 압박하며 이를 한 연구원에게 건네 가구가 아닌 개인의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하도록 했다.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 영향을 분석한 자료가 아님에도, 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 아파트 ⓒ연합뉴스
    ▲ 아파트 ⓒ연합뉴스
    ◇ 부동산 통계 조작 94회↑…청와대·국토부, 전방위 압박

    부동산 가격에 대한 통계조작도 드러났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회 이상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

    통계법에 따르면 통계작성기관에서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하거나 누설 또는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청와대 정책실은 서울 주간 주택동향(매매)을 주 1회 공표하는 것으로는 부동산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 부족하다며 부동산원을 압박해 주중치, 속보치, 확정치 등 주 3회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전주보다 변동률을 낮추도록 압박했고 변동률 관리를 위해 경기와 인천도 조사하도록 했다. 2020년 7월31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에 전세가격이 상승하자 국토부는 서울의 전세가격도 주중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또 부동산원에 부동산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조작을 지시해 시장상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 통계는 민간의 통계보다 부동산 가격 인상 폭이 현저히 낮게 나왔고 이에 대한 불신 여론이 확산됐다.

    부동산원은 2017년 5월 이후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을 19.5%로 집계했지만, KB부동산이 계산한 상승률은 62.2%나 됐다.

    감사원은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범죄혐의가 확인된 관련자 22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감사결과를 확정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