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내신등급 중요도 떨어졌지만 상위권 보다 치열"부동산시장 "교육열 뗄수없는 요인…개편에도 위상지속""정주여건 잘 갖춰진 데다 자산수준 교육의 질 차 여전"
  •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230702 ⓒ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230702 ⓒ연합뉴스
    "내신 변별력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교육제도를 바꾸더라도 학군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교육제도가 바뀌면서 대치·강남 집값과 전셋값은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교육부가 전날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한 가운데 자산시장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전반적인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교육열'은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학군지에 대한 인기는 보다 폭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8년도 수능시험부터는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에 응시하게 된다.

    특히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내신 상대평가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는 2025년부터 고교생 전 과목에 5등급 성취평가(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함께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5등급 상대평가 체제가 되는 셈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1학년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하고 2·3학년이 주로 배우는 선택과목은 5등급 절대평가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학년만 상대평가를 할 경우 고교 1년생들 사이에서 내신경쟁과 사교육이 과열되고 고교 2·3년생은 '내신 부풀리기' 때문에 대입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상위 4%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현행 내신 평가제도가 학생수 감소속에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보고 이 또한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고교내신 평가체제는 전과목 5등급 상대평가로 일원화하고 1등급은 기존 4%에서 2025학년도부터 10%로 늘리게 된다.

    교육부는 고교내신에서 암기위주 오지선다형 평가 대신 미래사회에 필요한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논·서술형 평가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내신에 대한 학생·학부모 신뢰를 높이고자 과목별 성취 수준을 표준화하고 모든 교사가 전문적인 평가역량을 갖추도록 연수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8 대입개편 시안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 논의와 11월20일 예정된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친뒤 올해안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는 입시현실과 교육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능과 고교내신이 공정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학부모와 고교, 대학 모두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브리핑하고 있다. 231010 ⓒ연합뉴스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브리핑하고 있다. 231010 ⓒ연합뉴스
    교육전문가들은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뀌면서 내신경쟁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경쟁이 어느정도 완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학습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는 본인 취향에 맞게 설계하는데 학생들이 점수를 따기 쉬운 과목보다는 원하는 과목을 편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대로 최상위권 학생간 경쟁은 보다 치열해 지고 '맹모(孟母)'들의 사교육비와 주거비용도 모두 늘어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원중 실장은 "소위 상위 '인서울'을 노리는 학생들은 무조건 내신 1등급을 받아야 하고 2등급이 하나씩 섞여 있으면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역시 "내신등급 중요도가 떨어지면 남아있는 것은 적성평가"라며 "적성평가적인 요소를 대학에서 반영하려면 사실은 특기사항에 기재되는 내용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로 선제적 '대치동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선임연구원은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면 논술 등이 강화돼 어차피 대치동으로 몰릴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 이유로 대치동을 꺼려했던 맹모들도 평가제가 완화되고 수능이 더 중요해지면서 대치동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자산수준에 따른 교육의 질 차이는 앞으로도 여전해 교육제도 개편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불을 붙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주요학군과 학원가외에도 (강남지역은) 업무시설이나 생활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입지선호가 강하기 때문에 집값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제도 개편, 학령인구 감소와 상관없이 학군지 부동산 가격과 위상은 지속할 것이라는 관점이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교육열과 집값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다만 학령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소득상위 20~30%내 인구는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여전한 만큼 학군지 영향력은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교육 및 수능 관련주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전일 교육부가 오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이 없애고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에 응시하도록 제도를 개편하면서 공교육 및 사교육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비온은 전 거래일 대비 3.42%(54원) 상승한 1633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비온은 EBS 온라인 클래스 등을 개발한 바 있다. 수능과 EBS 교재의 연계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관련주의 대표격인 메가스터디도 전 거래일 대비 0.84%(90원) 오른 1만7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비상교육도 5.16%(220원) 상승한 4480원에 거래됐다.

    이밖에 메가스터디교육(1.88%), YBM넷(3.66%), 디모아(1.71%), NE능률(1.93%) 등도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박정환 기자 pjh85@newdailybiz.co.kr
    정영록 기자 log1015@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