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서울 아파트경매 진행건수 238건…89개월만 월별 최다 낙찰률 26.5% 불과 전월比 5%p '뚝'…4개월만 다시 20%대로한자릿수던 강남권 경매매물, 올초 30건 급증…6년10개월만 '주담대 연 7%' 영끌족 곡소리…"물건은 많은데 살사람 없어"
  • ▲ 자료사진.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법원 경매. ⓒ뉴데일리경제 DB
    주택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서울 아파트 매매물건이 무려 8만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을 팔 사람은 늘어난 반면 살 사람이 없어 매물이 쌓이는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신규진행 건수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부동산 한파'가 매섭게 불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 매물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정작 10채중 2~3채만 겨우 낙찰되는 수준이다.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3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서울 아파트 경매진행 건수는 모두 238건으로 2016년 5월 291건이후 7년5개월만에 월별 최다건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기간 낙찰률(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20%대로 뚝 떨어졌다. 10월 낙찰률은 26.5%로 전월대비 5.0%p 하락했다. 6월 28.3%이후 4개월만에 다시 20%대로 주저앉은 셈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 경우 고금리 여파로 신건이 늘었고 선호도 낮은 단지의 거듭된 유찰이 진행건수 증가와 낙찰률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은 강남3구에서 두드러졌다. 올들어 9월까지 강남3구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건수는 모두 266건으로 전년 71건에 비해 2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 아파트는 선호도가 높은 편으로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주로 한자릿수에 머물던 강남권 아파트 경매매물은 지난해 8월 13건으로 본격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더니 올 3월 30건을 넘어섰다. 강남3구 아파트 경매물건이 30건을 넘어선 것은 2017년 1월(30건)이후 6년10개월만이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경매물건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21년 7월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올해 3.5%까지 올랐고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7% 수준에 이르른 상황이다. 

    따라서 2019년, 2020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주택보유자들에겐 원리금 상환 압박이 클 수 밖에 없고 원리금을 연체한 영끌족들이 늘면서 담보로 잡힌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중단과 50년만기 주담대 제동 등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영끌족' 매물을 소화해줄 수요도 충분치 않아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 2023년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지표. ⓒ지지옥션
    ▲ 2023년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지표. ⓒ지지옥션
    특히 강남3구 경우 금리와 경기 등 대외변수에 취약한 만큼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강남3구 아파트 매물이 100건을 넘어섰고 2009년 9월에는 185건에 달하기도 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강남3구 아파트 물건이 나오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영끌족이 주담대를 갚지 못해서인 경우도 있지만 사업 관련 가압류나 추가 담보대출 등으로 내수경기와 영향이 있을 때 경매로 나오는 매물이 늘었다"며 "최근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강남3구 매물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의경매 물건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는 크게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나뉜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법원 판결을 거쳐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을 대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법적절차 없이 바로 집을 경매로 넘길 수 있다.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이자를 내지 못한 채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임의경매 건수는 지난달 75건으로 1월 20건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성북구 길음동 A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3차 매각일에 감정가 9억3400만원의 70%인 6억5500만원에 매각됐다. 두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5억9000만원대로 떨어지자 11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이 물건은 한 대부업체가 임의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 7억원에 달했다.

    은평구 녹번동 B아파트 전용 85㎡도 지난달 임의경매를 거쳐 감정가의 87%인 6억원에 매각됐다. 집주인은 여러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로부터 감정가 6억8500만원의 70% 수준에 이르는 4억7000만원을 대출받은 상태였다. 채권자 중 한 저축은행이 임의경매를 신청하면서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 선임연구원은 "2020~2021년 당시 대출규제를 피해 대부업체로부터 추가 대출받았던 '영끌족'이 상당히 많았다"며 "대부업체는 1금융권보다 이자율도 훨씬 높은 만큼 이자 부담이 배로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라나 주거용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재들도 경매시장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0월 한달간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서울 빌라는 1268건으로 전월 908건보다 39.6% 늘었다. 2006년 5월 1475건이후 17년5개월만에 가장 많은 경매진행 건수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10월에만 187건이 진행됐다. 2006년 4월 202건이후 17년6개월새 가장 많은 수치다.

    이들 물건이 늘어나는 것은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우려 등으로 매매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다.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문제로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강제경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물건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울 낙찰가율은 86.7%로 전월보다 1.5%p 상승했다. 반복되는 유찰로 최저가격이 내려간 물건들에 20명이 넘는 수요가 몰리면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아파트는 한강변 재건축 기대를 받으면서 첫 경매에서 신고가에 주인을 찾기도 했다.

    압구정동 미성1차 전용 105㎡(12층)는 지난달 26일 처음 경매에 나와 낙찰가율의 105%인 34억7999만원에 매각됐다. 역대 최고 매각가다. 앞서 2021년 같은면적 경매물건이 33억원에 낙찰받은 바 있다.

    동작구와 성동구에서는 2회씩 유찰된 아파트에 20명이 넘는 응찰자가 몰렸다. 동작구 상도동 래미안1차 전용 85㎡(15층)는 29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78.8%인 9억8307만원에 낙찰됐다.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전용 60㎡(1층)에는 27명의 경매수요가 몰리며 9억4909만원(감정가의 79.1%)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