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5GWh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 백지화… 직접공급 전환'살 사람은 다 샀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수요 둔화 뚜렷완성차 이어 배터리 업계도 투자 및 생산 속도조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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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포드가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완성차 업계가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 영향으로 생산에 속도 조절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포드(Ford), 코치(Koç Holding)와 올해 초 체결한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관련 MOU(양해각서)를 상호 해지했다.  

    앞서 3사는 튀르키예 합작을 통해 2026년부터 연간 25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포드가 생산하는 상용차에 탑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EV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튀르키예에 건설 예정이던 배터리셀 생산시설 투자를 지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 전면 백지화했다. 대신 LG엔솔은 미국 등 기존 생산시설에서 배터리를 생산 포드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세가 뚜렷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전기차는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초기 수요와 비교하면 증가폭은 둔화된 상태다.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을 속도 조절에 나서며 배터리 업계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21년에 전년 대비 115% 증가했으나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재고가 증가하자 감산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늦추겠다고 언급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전기차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미국 포드는 올해 말까지 60만 대를 목표로 한 전기차 생산량을 40만 대로 낮췄다. 제너럴모터스(GM)는 소형 전기차 모델인 볼트의 생산 중단을 일시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GM은 미시간주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늦춘 데 이어 일본 혼다와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에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도 신증설 계획 연기 및 재고 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파나소닉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해 3분기(6~9월) 일본에서 배터리 셀 생산을 전분기 대비 60% 줄였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의 배터리 셀은 테슬라의 ‘모델 X’와 ‘모델 S’ 등에 사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 모터스(GM)가 합작으로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배터리 제조 공장의 가동 시기는 2024년 초로 연기됐으며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도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지만 최근 들어 둔화세가 뚜렷해진 양상"이라며 "배터리 업체들도 위축된 수요를 감안해 투자에 속도 조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