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전면 재검토내년 하반기 근본 개편 방안 발표 예정"과세 수단 여겨…정책 불확실성 확대"
  • ▲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공청회' 2311020 ⓒ연합뉴스
    ▲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공청회' 2311020 ⓒ연합뉴스
    "정부가 공시가격을 낮추겠다고 했으면 신뢰성 및 계속성 측면에서 정부정책이 추진돼야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신뢰할 수 있죠. 국민은 공시가격이 낮아질 거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개편안이 마련돼 신속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대비 얼마로 정할지 결정하는 현실화율을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21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공시제도를 상식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현실화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현실화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현실화율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유형별로 공동주택이 69.0%, 단독주택 53.6%, 토지는 65.5%가 된다. 이는 2020년 수립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상 설정됐던 현실화율 평균 대비 공동주택 6.6%p, 단독주택 10.0%p, 토지 12.3%p 낮은 수준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현실화율을 반영해 내년 1월1일 기준 공시가격을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현실화율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국토부가 현실화율을 동결하기로 한 것은 현실화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전날 열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에서 송경호 조세재정연구원 정부투자분석센터장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부분적으로만 개선해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이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재수립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현실화 계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내년 1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연구 결과에 따라 현실화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내년 하반기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을 재수립하기로 한 것은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해 국민 부담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1~2020년 연평균 3.02% 상승했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문재인 정부의 현실화 계획 시행 후인 2021~2022년 연평균 18.12% 올랐다. 당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현실화율까지 확대되면서 공시가격 상승 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공시가격이 오르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이유다.

    조세연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존 로드맵을 따를 경우 전체 공동주택(1486만가구)의 6.9%인 103만가구가 올해 시세가 하락했음에도 공시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 ▲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201021 ⓒ연합뉴스
    ▲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201021 ⓒ연합뉴스
    다만 정부가 현실화 계획 개편 일정을 돌연 미룸으로써 정책 불확실성이 한껏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가격 조사평가 실무를 하고 있는 강춘남 태평양 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정책 추구목적 효율성과 합리성,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공시가 현실화 계획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며 "공시가격을 세 부담을 올리고 내리는 수단으로 정부가 인식하는 것 자체가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내년도 부동산 시세 대비 공사기각 현실화율이 69.0%로 동결했지만, 올해 집값이 다소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등) 부담은 소폭 늘어나게 됐다. 때에 따라 가격 회복이 가팔랐던 곳은 50%대의 인상률을 보이는 곳도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토대로 분석한 보유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전용 82.6㎡를 보유한 1주택자가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는 438만원에서 632만원으로 증가한다. 보유세 부담이 50%가량 늘어난 셈이다.

    아직 공시가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네이버부동산 하한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를 적용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전용 84㎡를 소유한 1주택자는 보유세가 830만원에서 1040만원으로,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 120㎡의 경우에는 799만원에서 943만원으로 증가한다.

    또한 재건축이 가시화되며 가격이 뛰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보유 1주택자는 보유세가 451만원에서 583만원으로 32.9% 오른다.

    6억~9억원대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 인상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99만원에서 104만원으로 5.04% 늘어나고, 마포구 상암동 전용 84㎡는 112만원에서 120만원으로 6.80%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