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동원, 자금 마련 분주… LX, 사실상 포기지분 주가로 단순 계산 시 8조원까지 몸값 ‘쑥’높아진 유찰 목소리에 산은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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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매각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는 모양새다.

    HMM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뿐 아니라 이들의 자금 조달 여력까지 시장의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여기에 유력 후보인 LX그룹의 불참 가능성도 변수로 떠오르며 유찰설에 힘을 싣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 지분 매각 본입찰이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다. 

    하림·동원그룹 등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들은 지난 8일 실사를 마치고 자금 조달 계획까지 모두 세워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인수후보들 가운데 가장 앞선 자금력 갖춘 것으로 꼽힌 LX그룹은 불참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 참가해도 최소 금액을 제시하는 등 형식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황이 불황 국면에 접어든 데다 HMM 경영권을 최종적으로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 예상을 상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하림과 동원그룹 2파전이 유력해지면서 유찰 가능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들이 본입찰에서 쓸 예상 인수 금액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원하는 금액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11조177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41.3% 뛴 상태다. 상승세를 탄 주가 또한 복병이다. 이날 정오 HMM의 주가는 1만6000원 수준인데, 이번 매각 대상 지분율 57.9%의 가치는 6조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소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더하면 몸값은 7조 후반에서 8조원대까지 올라가게 된다. 당초 매각 예상가인 4조~5조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주가는 HMM 매각예정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상장증권의 예정가격은 30일간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한 가격으로 정한다. 적격인수후보들이 본입찰 때 적어낸 가격이 매각예정가격보다 낮으면 유찰된다.

    또 향후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 추가 전환 시 인수후보 측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과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1조6000억원, 5000억원 수준이다.

    하림그룹의 경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 소속 해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지주사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1위 업체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스타키스트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000억에서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다. 이 밖에도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HMM 노조도 이들 기업의 인수를 반대하며 채권단 측에 유찰을 요구 중이다. 노조 측은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자기 자본 조달 능력 부족을 꼬집으며 이들의 인수 시도는 HMM이 보유한 15조원 규모의 현금을 약탈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과 해진공이 본입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산은은 이번 달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끝낸 후 올해 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혔다.

    다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HMM)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 유찰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