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배터리, 가격 확 낮춘 '중국산 테슬라' 인기몰이'가격경쟁력' 앞세워 글로벌 점령… 韓 시장 잠식 시간문제8월 독일 제치고 월간 기준 '1위' 기록 이후 '석 달 연속'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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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최대 전기차 수입국으로 급부상 중이다. 테슬라가 중국의 저가형 배터리를 장착하며 가격을 확 낮춘 일명 '중국산 테슬라'가 인기를 끌면서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면서 조만간 한국 시장 잠식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K-stat'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의 전기차 수입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3% 증가한 19억4500만달러였다. 국가별 수입액은 독일이 7억88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5억3800만달러)과 미국(4억5900만달러)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은 주로 미국과 독일 두 나라에서 전기차를 수입했지만 최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부쩍 늘었다. 전기차 수입액 기준 중국의 순위는 2021년만 해도 5위(2800만달러)에 그쳤지만, 작년 3위(1억6600만달러)로 오른 데 이어 올해 1∼10월에는 2위로 치고 올라왔다.

    특히 중국은 지난 8월 독일을 제치고 월간 기준 사상 처음 전기차 수입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10월까지 석 달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전기차 수입액은 1억7200만달러로, 독일 전기차 수입액 7000만달러보다 높았다.

    실제 미국과 독일에서의 전기차 수입은 작년보다 줄었지만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급증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중국이 처음 한국의 전기차 수입 1위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무섭게 전기차 시장을 잠식한데는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Y' 영향이 컸다. 테슬라는 지난 9월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을 2000만원가량 낮춘 중국산 모델Y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9월 테슬라의 국내 판매는 4501대로 전달의 696대보다 6.5배로 늘었다. 

    버스와 트럭 등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도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t 미만 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되면서 이 자리를 중국 전기 화물차가 채웠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전기 화물차 판매는 2300여대에 달했다. 중국 자동차 지리(Geely)의 1t급 전기밴 '쎄아'(SE-A)만 해도 6월 출시 후 600대 넘게 팔렸다.

    전국에서 운행되는 전기 버스 중 BYD(비야디) 등 중국차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자국 내 과잉 생산과 시장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실제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타고 최대 완성차 업체인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전기 승용차를 들고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 타진할 날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BYD는 이미 포터와 닮은 1t 전기 트럭 T4K를 출시해 국내 시장 탐색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자동차 수출은 미미하다. 중국에서 전기차 수입이 급증하면서 배터리, 리튬·전구체 등 배터리 소재에 이어 자동차가 새롭게 대표적 대중국 적자 상품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한국은 지난 2011년만 해도 중국과 자동차 교역에서 23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이후 흑자가 계속 축소되다가 2017년부터는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4억7000만달러 규모이던 대중국 자동차 무역 적자는 올해 1∼10월 이미 8억달러(약 1조4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작년 10월부터 13개월 연속 적자다. 중국 내수 약화와 세계 경기 부진으로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중 교역 구조의 변화에 따라 배터리, 배터리 소재 등 새 상품 분야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안정적 대중 흑자 시대의 재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추세에 세계 주요국에서는 중국 전기차의 자국 진출 견제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보조금을 지원받고 가격을 낮춘 중국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한다면서 반보조금 조사에 나섰다.

    징벌적 관세 부과 검토 대상에는 중국 토종 업체뿐만 아니라 테슬라, BMW 등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포함됐다.

    프랑스는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추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는 오는 12월에 열릴 EU와 중국 간 정상회담에서 이야기가 오갈 전망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유럽에서는 연초부터 그간 누려온 자동차 분야 대중국 흑자가 적자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는데, 이런 현상이 생각보다 빨리 온 감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상용차와 배터리 등의 중국 제품 수입이 늘어난 상황에서 보급형 차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진출이 일반화할 날이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