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차량 보유대수 증가탓…관련민원 '급증'현행법상 외부차량 견인·과태료 조치 힘들어권익위, 국토부에 근거마련 권고…개정안 계류중 국토부 "민간 질서유지에 대한 행정개입 신중해야"
  • ▲ 차로 빽빽한 서울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영록 기자
    ▲ 차로 빽빽한 서울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영록 기자
    아파트단지내 주차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방문차량 주차를 금지하거나 비입주민 주차차량 발견시 바퀴에 족쇄를 채운다는 협박성(?) 안내표지판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를 뒷받침할 근거 법률이 없어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는 2550만3000대로 전년보다 59만2000대 증가했다.

    최근 4년간 차량 누적등록 대수는 △2018년 2320만대 △2019년 2368만대 △2020년 2437만대 △2021년 2491만대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개인차량 보유대수가 늘어나면서 관련한 주차문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의하면 올해 1~9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사유지 불법주차' 민원건수는 6만1265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민원 5만4778건을 올해 3분기만에 넘어섰다.

    앞서 지난해 9월 권익위는 최근 4년간 공동주택 등 사유지 불법주차 관련 국민신문고 접수 민원건수는 7만6000여건으로 매년 증가세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동주택 부설주차장에 불법주차하는 차량에 대한 견인·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권익위는 국토부에 주차장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공동주택 부설주차장에 통행을 방해하는 주차질서 위반 차량에 대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토록 권고했다.

    권익위는 "정부가 사유지 불법주차를 개인간 또는 사적자치 문제로 방치하는 동안 주차갈등은 차량파손과 폭력·살인에 이르는 등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며 "공동주택 사유지내 민원발생 주요이슈인 주차갈등 해소를 위해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합리적 개선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권익위가 지난해 1월18일부터 2월3일까지 3일간 국민 정책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유지 불법주차 단속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8%에 달했다.

    조사에 응한 2025명 대부분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재건축 절차를 진행중인 서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창동주공19단지아파트'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구축단지 특성상 지하주차장이 없는 고질적인 주차난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다.

    그는 "주차공간 자체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외부인들이 단지내 주차를 못하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입주민들이 모두 지상주차를 하고 있다. 1764가구 규모 단지의 총 주차대수는 1073가구로 가구당 0.6대 수준이다.

    지난 10월 방문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소재 '중계그린아파트' 역시 구축단지 특성상 지하주차장이 부재해 단지는 차들로 빽빽했다. 단지 입구와 내부에는 외부인 주차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비원은 "주민들이 가장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주차문제라 관리가 필요하다"며 "입주민 차량만으로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본인이 살고 있는 동 근처가 아니라 멀리까지 차를 대고 걸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익위는 현행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주차질서 준수의무 사항과 자율규제 근거를 신설하고 주차장법에 자율규제 통제에 따르지 않을경우 행정조치 근거를 추가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 ▲ 서울내 한 공동주택 주차장에 붙은 외부차량 주차금지 안내문. 사진=정영록 기자
    ▲ 서울내 한 공동주택 주차장에 붙은 외부차량 주차금지 안내문. 사진=정영록 기자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른바 '공동주택 불법주차 해소 3법'을 그해 5월 대표발의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공동주택내 자동차 이동로나 주차장은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외부차량 불법주차나 이중주차로 인한 교통 방해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및 차량 견인 등 강제조치가 어려웠다.

    이에 김상훈 의원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 주차장법 등 3개 법 개정안에 △입주자의 주차질서 준수 의무 신설 △관리주체 등 관리인의 단지내 단속 근거 마련 △주차질서 준수 의무 위반시 시장·군수·구청장이 견인 등 행정조치 가능 등 내용을 담았다.

    주차질서 위반내용은 △부설주차장 진출입로 등 지정된 주차구획 외 주차로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 △인접한 주차구획을 침범해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 △외부차량이 무단주차후 연락두절돼 입주민 차량주차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등이다.

    국회 교통위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공동주택 등 사유지내 주차 갈등 해소를 위한 행정조치 방안을 담은 주차장법 개정안을 올해 3월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노상·노외·부설주차장에서 정당한 사유없이 주차요금을 내지 않고 주차하거나 지정된 주차구획 외에 주차해 피해를 주는 경우 등을 위반행위로 규정했다.

    아울러 주차질서 위반시 자치단체장은 해당 차량 운전자 또는 관리책임이 있는 자에게 주차 방법을 변경하거나 차량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킬 것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해당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인 상황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신도시 특별법)'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 실거주의무 폐지 등 부동산 규제완화 법안에 우선순위가 밀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이달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는 공영주차장내 장기간 방치차량에 대한 이동명령과 견인 등 조치사항을 담고 있어 공동주택 주차이슈와는 거리가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와 관련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민간 부설주차장은 사유지 주차장으로서 해당 시설의 입주자 및 관리자의 공동규약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며 "민간의 자율영역 질서유지 위반까지 행정청 관리감독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관리규약 등에 주차질서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유지다보니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구청의 행정적인 조치가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관리규약이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우선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행정적 협조가 들어가는 경우는 장기간 방치된 차량과 같은 일부 사례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오랫동안 방치된 차량에 대해서는 구청 교통부서에 신고하면 처리하는 절차가 있다"면서도 "이경우에도 관리주체가 내용증명 발송 등 자구책을 먼저 실시한뒤 협조요청이 있을 때 진행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