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권위, 11개 비트코인 현물거래 펀드 승인블랙록 등 상장 신청 결국 수용…11일부터 거래 가능업계 "제도권 편입 및 반감기 이슈…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비트코인, 승인 이후 5% 급등…일각에선 20만불 넘어설 가능성도국내에서는 법률적·제도적 미비에 "상품 출시 요원"…당국도 '신중'
  • ▲ 비트코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비트코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번 승인의 의미는 기존 제도권 자금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신생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있어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을 이끄는 견인차로 인식됩니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자산들의 동반 상승으로 시장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업계 A사 관계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11일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위원회는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상장지수증권(ETN)과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SEC는 공식적으로 '현물 ETF' 대신 '현물 ETP'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날 SEC 승인 결정에 따라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 등에서 거래될 수 있다.

    상장 예정인 상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해시덱스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앞서 법원은 위원회가 그레이스케일의 ETP 상장 및 거래를 불승인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며 "이런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 가능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레이스케일은 2021년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면서 SEC에 상장 신청서를 냈으나, SEC는 2022년 6월 이를 반려한 바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SEC에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결정했다.

    비트코인 테마 ETF를 처음 출시한 프랑스 자산운용사 멜라니온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자드 코메어는 "이는 큰 이정표이며 비트코인이 전통적인 대규모 투자처로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문을 열고 있다"고 환호했다.

    가상자산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승인으로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확대됨으로써 대규모 투자자 자금이 신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기존에는 회계규정이나 규제 등의 이유로 기관에서 쉽게 매입할 수 없었지만, 현물 ETF 출시로 원자재 ETF처럼 자산 포트폴리오에 간편하게 편입될 수 있다. 주식이나 퇴직연금계좌 등을 통해 운영되는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는 비트코인 ETF에 올해 500억~1000억달러(약 66조~132조원)가 유입될 것으로 봤다. 자금이 유입되며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내년에는 20만달러(2억600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변동성 등의 이유로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됐던 암호화폐 업계가 반등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실제 시장도 곧바로 들썩였다. 비트코인은 전날부터 기대감을 재료로 오르기 시작하다 승인 소식이 나온 직후 급등했다. 이날 오후 3시12분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84% 오른 622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가격은 같은 기간 31.8% 급등하고 있다.
  • ▲ 비트코인 펀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비트코인 펀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추세적인 상승기로 이어질 거란 예상이다. 앞선 기대감으로 가격이 이미 반영됐다는 시선도 있지만, 이전보다 장벽이 낮아진 만큼 신규 자금 유입에 따른 전체적인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점쳐진다.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자금 유입에 따라 추가 상승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승인으로 비트코인이 개당 1억원을 넘어 2억원까지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반감기가 이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는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로 주어지는 공급량이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드는 시기로, 시장에서는 그 시기를 올해 4월로 예상한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4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올해 신고점을 경신하고 2025년에는 최대 15만달러(1억9815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통시장에서 가상자산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전례 없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반감기와 ETF 마케팅 등 강세 재료는 여전히 풍부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관련 상품이 출시될 수 있을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 ETF라는 새로운 자산군인 ETF 시장에 편입된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이지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법률 및 제도적으로 가상자산은 시장 거래상품으로 출시하기 위한 '기초자산'으로 선물이든 현물이든 아직 인정되지 않고 있어 눈치만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ETF가 투자의 한 옵션으로서 역할을 분명히 할 것 같다"면서도 "현물거래가 실제로 되려면 금융당국에서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돼야 하는데 거래가 불가해 국내에서 ETF를 상장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가격변동성이 크다 보니 밸류에이션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면서 "비트코인은 실시간으로 거래되는데 ETF는 24시간 거래가 안 되기 때문에 상품 출시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TF를 출시하려면 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ETF의 기초자산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법에서는 ETF의 기초자산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금융자산인지, 파생상품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며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데 비트코인이나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 정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법적인 결격 사유가 걸림돌이 된다면 법 제정이 먼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상장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SEC에서 승인했다고 해서 우리의 입장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려면 우리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을 하려면 그만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