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불가능한 경증 환자도 "큰 병원 갈래" 응급실 과밀화 심화… 일각선 '이재명 효과' 비판도 이송거부법도 도마… 응급실 의사들 "최악의 위기상황"
  • ▲ 서울대병원 응급실 현장. ⓒ서성진 기자
    ▲ 서울대병원 응급실 현장. ⓒ서성진 기자
    지난주 응급의학과 봉직의 카페에서 한 환자가 서울대병원 전원 요청을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례가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전국 응급실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달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과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응급실 과밀화는 푸는 것이 핵심과제인데 모든 것이 역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응급실은 위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23일 본보를 통해 다수의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환자들의 전원 요청의 강도가 커졌다. 전원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이니 사실상 불필요한 민원을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도 지역 응급실에서는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으로의 전원 요청이 있긴 했지만, 이재명 대표의 전원 논란이 발생한 이후 경증 환자들도 큰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중론이다. 

    앞서 서울대병원 전원 요청 후 경찰신고 사례를 본인의 SNS에 공유했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를 '이재명 효과'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요즘에는 '이재명도 해주는데 왜 난 안해주냐'고 당당하게 요구한다고 한다"며 응급실 현실을 꼬집었다. 

    경기도 소재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단 환자에게 큰 병원을 가도 못 봐주니 바로 입원해서 치료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하는 과정이 길어졌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배 이상의 설득시간이 필요하다. 현장대응이 어려워진 셈"이라고 했다. 

    그간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물론 정부 역시 경증 질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방문을 억제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과밀화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어 응급실 의사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소위 큰 병원 응급실을 가도 환자의 본인부담비용 자체에 큰 차이가 없으니 전원을 시켜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형국이다. 실제 모 지방병원에서는 헬기를 띄워달라는 환자의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환자들의 전원 요청 강도 커진 상황에서 응급실 이송거부법이 구체화되고 있다. 경증이어도 큰 병원으로 전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려보내지 못하게 하는 조건이 붙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장은 "대형병원만을 선호하는 현상이 거세진 상황에서 무조건 환자를 데려다 놓으라는 법이 시행될 예정이니 현장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상황에 치달았다고 느낀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응급실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초응급 환자들의 대응이 엉키게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왜곡된 분위기와 법으로 인해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구조로 변하게 되는 장면이 그려져 참담한 심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