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0년 만에 전면 폐지"시장 건전한 경쟁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될 것"전기통신사업법 이관 법 개정 고려 4월 총선 전 통과 빠듯공시 시스템 가이드라인 등 업계 이해관계 고려한 보완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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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전면 폐지를 선언하면서 법안 통과에 이목이 쏠린다. 전 국민 '호갱(호구 고객)' 양산을 근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10년 전과 달라진 통신 시장을 고려한 사후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단통법은 2014년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 공시지원금의 15% 제한 등을 골자로 도입됐다. 이후 이동통신사업자와 유통점 간 불법보조금이 난무하면서 가계통신비 인상 원흉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무용론에 휩싸인 단통법의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가계통신비 인하에 강경한 의지를 표명하며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향후 국회와 논의를 거치고 소비자, 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단통법이 미국·영국·프랑스 등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법으로, 글로벌 규제 스탠다드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토의에 참석한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과 같이 시장경쟁 강화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단통법 폐지가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국내 이동통신 유통점은 단통법 이전에 약 3만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약 1만 5000개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통법은 10년간 국민들로부터 호갱법, 대기업 배불려주기법 등으로 비판 받아왔다"며 해당 법안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단통법 폐지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25% 요금할인을 받는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이관을 위한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당장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가 해당 조항을 논의하더라도 4월 총선 전 법률 개정까지는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단통법 폐지안을 적용하기에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다. 해당 법안 역시 총선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이렇게 되면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게 되는 구조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센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통신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과거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마케팅 출혈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다. 알뜰폰 업계 역시 대기업인 이통사들과의 자본력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4이통사를 장려해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도 대치된다.

    업계에서는 조속한 단통법 폐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한편, 정부가 공시 시스템 가이드라인 구축 등의 시장 안전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통법 도입 이전으로 회귀할 경우 보조금을 모르는 고령층 등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 단통법이 이용자 보호 장치를 해왔던 '순기능'도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도입 당시 취지가 보조금을 차별 없이 제공하자는 것에 있다"며 "이를 재현하지 않기 위한 이용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10년 전과 달라진 시장 상황을 고려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